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왼쪽)과 장정석 전 단장이 지난 1월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후원업체에서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에게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커피업체 회장 김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달 4일에 있을 예정이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KIA 타이거즈의 포스트시즌 경기가 있던 2022년 10월 13일 감독실에서 김씨로부터 야구장 펜스 홈런존 신설 등 추가 광고 계약과 관련한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을 받고 1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감독은 그 해 7월에는 선수 유니폼 견장 광고 등 계약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6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김씨는 두 사람에게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재판에 넘겨졌다.

세 사람은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오랜 팬이었던 김씨가 선수단 사기 진작과 격려 차원에서 건넨 돈이라는 것이다. 김씨가 커피업체뿐 아니라 대형 부동산시행사도 운영하고 있다.

실제 KIA 타이거즈를 제외한 KBO 9개 구단 중 일부는 장 전 단장 등에게 범죄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며 검찰 참고인 조사를 자처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프로야구단은 광고주를 ‘모셔’ 올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광고를 하겠다는 업체가 있으면 구단이 두 팔 벌려 환영할 상황이지, 광고주가 편의를 봐 달라고 구단에 청탁할 수는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씨 측 관계자는 “김씨가 건넨 돈이 선수단이나 코치진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은 문제이지만, 청탁이나 대가성이 없는 돈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장 전 단장이 김씨의 요구 사항을 구단 마케팅 담당자에게 전달해 계획안을 보고하게 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감독도 구단 광고 담당자에게 김씨 업체 직원 연락처를 전달하는 등 광고계약 체결에 도움을 줬고, 그 결과 김씨 요구사항이 최대한 반영된 맞춤형 광고계약이 체결됐다며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한편 장 전 단장은 FA를 앞둔 박동원 선수(현 LG트윈스)에게 계약금 12억원을 받게 해 주겠다며 2억원을 요구한 혐의(배임수재미수)도 있는데, 장 전 단장 측은 이에 대해서도 “박 선수가 어떤 청탁도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