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체류자의 행정상 주소인 동 주민센터에 과징금 고지서를 보낸 것은 적법하지 않아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전경./뉴스1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서경민 판사는 미국에 거주하는 A씨가 서울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지난 7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영등포구청은 2020년 7월 A씨에게 서울 영등포구의 부동산 명의 신탁 등기와 관련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6219만2200원을 부과했다. 부동산실명법은 실질적으로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하는 제도다.

영등포구는 A씨의 과징금 부과 처분서를 서울 성동구의 한 주민센터로 보냈다. A씨가 당시 해외체류를 신고하고 미국에 살고 있어, 주민센터가 행정상 주소로 등록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법은 A씨처럼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 주민센터를 행정상 주소로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후 작년 8월 영등포구청 공무원은 A씨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과징금을 내라며 연락했고, 600만원의 체납 고지서 표지를 촬영해 스캔한 사진을 전달했다.

그제서야 과징금 부과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적법한 송달이 아니라며 이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영등포구청은 A씨가 해외체류 신고를 해서 행정상 주소로 등록된 주민센터 처분서를 송달했기 때문에 적법하다며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류의 송달 장소로 정한 주소는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어야 하는데, 주민센터는 해외체류로 인한 행정상 관리주소일 뿐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외 주소를 파악해 그 주소로 송달하거나 이것이 곤란할 경우 공시송달의 방법 등을 통해 송달이 가능하다”며 “주민센터 직원에게 송달수령의 권한을 위임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카카오톡으로 체납 내용을 고지한 것 역시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카카오톡 메시지 수신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이 원고 신청에 따른 적법한 전자송달의 방법으로 고지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게 원고에게 고지되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