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피고인 백모(왼쪽)씨가 올해 1월 4일 재심 결정에 따른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전남 순천 교도소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이른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중형을 선고받은 부녀에 대한 재심(再審)이 사건 발생 15년 만에 열린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9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돼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던 백모(74)씨와 그의 딸(41)에 대한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백씨 부녀는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이를 마신 백씨의 아내 최모씨를 포함한 2명을 살해하고, 주민 2명에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2012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사건 당시 범행의 핵심 물증인 청산가리가 발견되지 않는 등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검찰은 부녀의 자백을 앞세워 기소했다.

검찰은 15년간 내연 관계에 있던 아버지와 딸이 공모해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의심했다. 1심에선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2심에서 혐의가 인정됐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강압이 있었고, 부녀의 진술을 허위로 기재했다고 보고 2022년 1월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은 유죄를 무죄로 뒤집을 만한 증거가 새로 나왔을 때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이다.

광주고등법원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재판을 진행했고, 올해 1월 재심을 결정했다. 이때 재심 결정으로 형이 집행정지되면서 백씨 부녀는 석방됐다.

이에 검찰이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재심을 열기로 한 광주고법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이날 항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