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열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 재판에서 증거 채택을 둘러싸고 재판부와 이 대표 측이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 측은 “대장동 부분을 심리하기 전 정영학 녹음파일 전체를 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했고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그러면 증거동의를 해 달라, 그걸 안해주니 (무용한 논의가)반복되고 있다”고 난감해했다.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녹음파일의 경우 피고인이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녹음이 된 목소리의 주인공이 법정에 나와 ‘내 목소리 맞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녹취를 재생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이 ‘정영학 녹음파일을 다 들어보고 싶다’고 하면서도 증거로 사용하는데는 동의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유튜브 '판결문 읽어주는 기자'.

만일 이 대표 측이 끝까지 ‘부동의’를 유지하면 ‘극장재판’은 불가피하다. 목소리 확인을 위한 녹취 재생과 증거 조사를 위한 녹취 재생이 이중으로 이뤄지면 재판 지체를 피할 수 없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이 단계에서 녹취록을 모두 듣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현재 이 사건 재판은 대장동·백현동 등 성격이 다른 네 가지 사건이 모두 병합돼 가장 덩어리가 크다. 이중 가장 간단한 위례 부분의 심리가 끝나고 대장동으로 넘어가는 단계이다.

이 대표 측이 부동의한 증거 중에는 ‘술값을 정산해 달라’는 술집 종업원 문자까지 있었다. 김동현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부를 필요가 있나’며 동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이 대표 측이 ‘불러야 한다’고 하면서 술집 종업원이 증인으로 나올 전망이다. 이 술집 종업원이 증언할 내용은 당시 해당 술집에서 일한 게 맞는지, 문자를 보낸 게 맞는지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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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 사건의 경우 단기간에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 대표 측에서 아예 지연전략을 구사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판읽기’에서는 가장 진행 속도가 느린 대장동 등 재판에서 증거 채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신경전을 분석한다. 판읽기는 유튜브에서 ‘판결문 읽어주는 기자’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