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발생한 감염을 의사의 과실로 단정하면 안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술 전후의 의료진 조치와 직접 감염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경. / 뉴스1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A씨가 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패소로 판단한 부분에 대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3월 허리와 왼쪽 다리 통증으로 B 병원을 방문했다. 이 병원의 C 의사로부터 ‘추간판(디스크) 돌출 재발’ 진단을 받은 A씨는 수술을 한 뒤 닷새 만에 퇴원했다.

A씨는 퇴원 후 열흘 뒤 갑작스러운 고열에 시달리다가 열흘만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서는 “수술 부위 주변의 감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B 병원에 다시 입원해 치료를 받던 A씨는, 사흘 뒤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혈액 검사 결과 A씨에게는 엔테로박터 에어로게네스균이 검출됐는데, 수술 부위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씨는 ‘척추내 경막상 농양’을 확진받고 재수술을 받았다.

이에 A씨는 “B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다른 사정 없이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병원 측 과실로 봐야 한다”며 병원 측에 74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 당시 준수해야 하는 감염 예방 의무 및 그 위반의 내용에 대한 원고의 구체적인 주장 및 증명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이 판단을 뒤집고 병원 측이 A씨에게 24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A씨가 퇴원할 때까지 감염 증상이 없기는 했지만, 급성 감염은 수술 후 1~2주 후에 나타나므로 병원이 감염 예방을 위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심을 다시 한번 뒤집었다. 수술 중 직접 감염이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수술 후 퇴원까지 별다른 감염 소견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수술 중의 직접 오염 외에 다른 원인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로 시간적 근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A씨의 감염증 발생이 수술 중 직접 감염에 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 자체만으로 곧바로 감염관리에 관한 진료상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며 “의사가 수술 전후에 취한 조치가 적정했는지 감염 예방을 위한 의사의 추가적인 조치는 어떠한 것이 있었는지 등을 살폈어야 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