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김씨가) 대장동 사건의 프레임을 윤석열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로 바꾸는 작업을 하겠다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남욱 변호사. /뉴시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22일 대장동 민간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해 진술을 들었다. 남씨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여겨진다.

이날 출석한 남씨는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한 언론 보도가 시작되자 김씨가 ‘언론 프레임’을 바꾸겠다고 발언한 내용 등을 법정에서 증언했다. 법정 증언은 그 자체를 증거로 쓸 수 있어 ‘증거 가치’가 높다.

남씨는 법정에서 “언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장동 관계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하며 상황이 급박해지자 김씨가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그 작업을 내가 할 것’이라고 했다”며 “김씨가 ‘대장동은 국민의힘과 관련 있다’ 등의 뉘앙스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가)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대표와 관련이 없고, 윤석열 쪽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로 포커스를 맞춰서 언론 작업을 하겠다고 했다”며 “일단 윤석열 쪽으로 프레임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김만배(왼쪽)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뉴스1

김씨와 신씨는 2021년 9월 15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검 중수2과장이던 시절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의 허위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터뷰 닷새 뒤인 20일 김씨가 그 대가로 신씨 책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3권 값 명목으로 위장해 1억6500만원을 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와 신씨가 이처럼 사전에 공모했고 가짜 인터뷰를 보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뉴스타파 등 언론사가 대선을 며칠 앞두고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는 등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라는 가짜 뉴스가 확산한 바 있다.

이 재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들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 및 유포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는 물론이고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는 논리로 주장하고 있는 반면, 김씨와 신씨 측은 ‘이 사건은 대통령 하명수사로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취지로 맞서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재판 다음 기일은 오는 29일로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