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고 곧바로 합의 기일을 진행하는 등 속도를 내자, 오는 6월 3일 대선 전에 상고심 판결이 나올지, 나온다면 어떤 결과일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이 언제, 어떻게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대선 국면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직접 이 사건을 전합에 넘겨 속도를 내는 이유는 결국 대선 전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이 사건의 법정 선고 기한은 오는 6월 26일이다.

◇대법원장, 왜 전합을 택했나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선거법 위반 사건을 접수한 후 이 전 대표 측에 소송 기록 접수를 통지하고, 검찰 상고이유서와 이 전 대표 답변서 등을 받았다. 약 4주간 필요한 상고 절차를 마치고 이날 오전 박영재 대법관을 주심으로 지정하며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小部)에 배당했다. 그러고는 약 2시간 만에 사건을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소부에서 대법관들 간 의견이 달라 결론에 합의하지 못하거나, 종전 대법 판례를 변경해야 할 때, 소부에서 재판하기 적당하지 않은 사건일 경우 전합에서 심리한다. 대법원 내규는 소부 재판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로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등을 들고 있는데, 이 전 대표 사건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의 의견을 미리 듣고 전합 회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건 배당 당일 전합 회부라는 이례적 결정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원칙주의자인 조 대법원장이 선거법 사건의 법정 기한(6월 26일)을 지켜 대선 전 선고하려 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재판연구관 출신 부장판사는 “사건의 정치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대법원장이 소부가 아닌 전합에서 결론을 내겠다고 대법관들과 미리 정했을 것”이라며 “어떤 방향이든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최대한 빠르게 선고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2018년 李 선거법 사건, 한 차례 합의 후 선고
대법원은 이날 오후 바로 전원 합의 기일을 진행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모여서 사건 심리에 들어간 것이다. 주심인 박 대법관이 사건을 보고하고, 심리 방향이나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통상 한 달에 한 번 합의 기일을 진행하지만, 신속한 심리가 필요한 경우 추가 기일을 진행할 수 있다. 과거 전합에서 선거법 사건을 심리한 경우, 선고까지 걸린 시간은 빠르면 한 달에서 늦게는 다섯 달까지 걸렸다.
이 전 대표는 ‘친형 강제 입원’ 의혹 등과 관련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선거법 재판을 받았는데, 대법원은 2020년 6월 18일 이 사건을 전합에 회부해 한 차례 합의한 후 사건을 종결했고, 약 한 달 뒤인 7월 16일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온라인 댓글로 여론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사건도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 두 달 만인 2018년 4월 징역 4년 확정 판결이 나왔다.
반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던 권선택 전 대전시장 사건의 경우 2016년 3월 전합에 회부됐지만, 그해 8월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 판결이 나는 데 다섯 달이나 걸렸다.
◇선고 시점·내용 따라 대선에 파장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은 이날 선거법 사건이라는 이유로 이 전 대표 사건을 회피했다. 이에 따라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2명이 심리와 선고를 맡게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진보 성향,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권한대행이 임명한 나머지 대법관 10명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대법원 전합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크게 세 가지다. 상고 기각 등으로 무죄가 확정되거나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 대법원이 직접 형량까지 정하는 ‘파기 자판’ 등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선고 시점과 내용에 따라 향후 대선 과정과 결과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대선 전 무죄가 확정될 경우, 이 전 대표는 사법 리스크를 벗고 부담 없이 선거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유죄 취지로 사건이 파기 환송된다면 이 전 대표에게 대선 후보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사건에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공직 박탈은 물론, 선거에 나올 수도 없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파기환송심 재판이 계속될 수 있을지도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전원합의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는 사건을 다루거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할 경우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참여해 심리·판결하는 합의 기구다. 재판장은 대법원장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