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원서를 낸 수험생이 작년보다 10.1%(5만5301명) 줄어든 49만3433명으로 집계됐다고 2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했다.
1994학년도 첫 수능 이래 접수 인원이 5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전년 대비 감소 폭이 두 자릿수가 된 것도 처음이다. 수능 접수 인원이 전문대를 포함한 2021학년도 대학 모집 인원(55만5774명·특별 전형 포함)보다 6만명이나 적다. 저출산 충격이 현실화하는 것으로 지방대 등에서 무더기 미달 사태가 예상된다.
◇지원자 역대 최저, 첫 40만명대
수능 접수 인원은 2000학년도에 89만612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고3 재학생 지원자 수가 2019학년도 44만8111명에서 2021학년도 34만6673명으로 최근 2년 사이 10만명 이상 줄었다.
재수생(재수 이상 포함)은 크게 줄지 않았다. 2019학년도 13만5482명에서 2021학년도 13만3069명으로 2413명 줄었을 뿐이다. 오히려 고3 재학생이 줄어들면서 수능 응시생 중 비중은 높아졌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재수생은 13만3069명으로 전체 응시생의 27%나 차지한다. 2004학년도(27.3%)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다. 검정고시 등(2.8%)도 포함하면 29.8%에 달한다. 10명 가운데 3명이 재학생이 아닌 셈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에서 재수생 강세가 이어지고, 대입 경쟁률은 수험생 감소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상위권에서 재수생 강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 여파로 재학생 약세가 나타난다면 수능 점수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10% 안팎의 결시율을 감안하면 수능 당일 응시자는 더 줄어 수시와 정시 모집 경쟁률이 떨어지고 합격선도 예년보다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비수도권 먼저 대학 위기 올 듯
교육계에선 2021학년도 입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20학년도 입시부터 총 모집 인원(55만3397)보다 수능 지원자(54만8734명)가 적은 현상이 나타났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아 대규모 미달 사태 등은 없었다. 하지만 2021학년도에는 수능을 치르지 않는 수험생 등을 고려해도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지방의 소규모 대학에서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의 한 대학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 여파로 외국인 유학생도 크게 줄어 대학 재정이 타격을 받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생 수도 대폭 감소해 정원을 채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라는 얘기가 현실화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부터 시작해 수도권 대학순으로 대학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교육부가 연도별 출생 인원과 대학 진학률 등을 종합해 추산한 집계에 따르면, 2024년에 입학 가능한 학생 수는 37만3470명으로 정원보다 13만명 가까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단체인 대학교육연구소도 2024년엔 수도권 이외 지역 소재 249개 대학 가운데 신입생 정원의 70%를 못 채우는 학교가 85곳(34.1%)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교육계에선 코로나 위기로 외국인 유학생이 줄어 재정적 타격을 받은 대학들이 학생 수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재정난 등 폐교 위기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지역 대학 중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학교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권역별 학교 간 수업 공유를 비롯해 대학 자원을 공유해 대규모 폐교 위기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