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신입생 가운데 소득 인정액이 연간 1억13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 자녀 비율(한국장학재단 장학금 신청자 기준)이 10명 가운데 7명에 이른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로스쿨 합격생의 고소득층 편중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쿨은 2009년 출범 당시부터 “법조인 가정이 대물림 통로로 삼아 '현대판 음서제’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연간 평균 수업료는 1400만원에 이른다.
◇전국 로스쿨 신입생 중 고소득층이 과반
국회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장학금 자료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올해 국고 지원 장학금을 신청한 신입생 가운데 51.4%가 연 소득 인정액이 1억1388만원 이상 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장학재단은 장학금 신청자의 가구 소득과 재산 등을 소득 인정액으로 환산해 10개 지원 구간으로 구분하는데 상위 2구간이 연 소득 인정액으로 환산하면 1억1388만원 이상이다.
전국 로스쿨에서 장학금을 신청한 신입생 가운데 고소득층 평균 비율은 2017년 47.9%에서 2018년 52%, 2019년 50.5%, 2020년 51.4%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대 로스쿨은 47.5%에서 69.2%로 고소득층 비율이 21.7%포인트나 올랐다. 올해 고소득층 비율이 60%가 넘는 로스쿨은 서울대(69.2%)를 포함해 아주대(73.3%)·이화여대(68%)·한양대(67.4%) 등 7곳으로 집계됐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SKY 로스쿨의 고소득층 비율은 평균 58.3%로 집계됐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합격한 학생들 다수가 고소득 가정 자녀”라며 “입학금과 등록금이 높은 데다 변호사 시험 등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려면 고소득층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올해 의대 신입생 52%도 고소득층
장학재단이 김병욱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과대학도 올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신입생의 52.4%가 상위 2구간의 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집계됐다. 장학재단 측은 “다른 기관에서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지만, 전체 학생의 3분의 2 이상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올해 신입생의 84.5%가 고소득층이었고, 연세대 의대는 70.8%, 고려대 의대는 67.1%로 나타났다. 전국 40개 의대의 고소득층 평균 비율은 2013년 34%에서 올해 52.4%로 7년 사이에 18.4%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정부(2013~2017년) 때 평균 40.2%였던 고소득층 비율이 문재인 정부(2018~2020년)에는 평균 52.4%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김병욱 의원은 “공부로 성공을 꿈꾸는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로스쿨과 의대 신입생의 과반이 고소득층 자녀라는 점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