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씨는 최근 교수가 “강의 중 말한 날짜는 무시하세요”라고 올린 공지를 봤다. 교수는 2학기 동영상 강의에서 수업 일정이나 시험 날짜를 지난 5~6월로 언급했다. 1학기 녹화 강의를 재탕해 2학기에 다시 올린 것이다. A씨는 “아무리 강의 주제가 비슷해도 1학기 때 영상을 그대로 올리는 건 너무 무성의하다”며 “등록금이 아깝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 여파로 대학가에선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비대면 방식의 원격 강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재탕 강의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학기 때 영상 그대로 사용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A씨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강의를 듣다가 교수님이 지난 4월 총선을 요즘 일처럼 말하길래 1학기 때 썼던 영상임을 알았다. 비싼 등록금 내고 재활용 수업을 들으니 기만당하는 기분이었다’ ‘전공 수업에서 교수님이 재작년 통계를 갖고 와 설명해 황당했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학생들 등록금으로 월급은 고스란히 받고, 수업은 예전 찍어둔 영상을 그대로 올리기만 하면 되니 교수 같은 꿀직업이 어디 있나"라고 했다. 부실한 원격 수업 대신 ‘과제 폭탄’만 떨어진다는 학생들 불만도 나온다. 중앙대생 한모(25)씨는 “교수가 학기 초 공지한 수업계획서대로 영상은 올리지도 않으면서 학기 말까지 제출할 과제 목록만 미리 산더미처럼 올려 놓았다”며 “배운 내용도 없는데 평가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지난 12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조정됐다. 하지만 교육부에 따르면 19일 기준 전국 4년제 대학 198교 중 14교(7.1%)가 전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었다. 180교(90.9%)는 실험·실습 수업만 대면 수업을 하거나 대면 수업 비율을 늘리는 등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전면 대면 수업을 하는 학교는 4곳(2%)뿐이었다.
◇등록금 환불 요구 재연 조짐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20년 1학기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조사 설문'에 따르면 학생 약 48%가 대학의 원격 수업 준비가 ‘미흡하다’거나 ‘매우 미흡하다’고 응답했다. 긍정 평가는 21%에 불과했다. 특히 ‘과제물 수업’에 대해 34.8%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교육부가 전국 4년제 대학 학생 2만8418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런 분위기가 2학기도 이어지자 등록금 반환 운동이 재개될 조짐도 있다. 전국 32개 대학 학생회가 참여하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관계자는 “동영상 재탕, PPT(파워포인트 자료)만으로 이뤄진 부실 수업, 과제 폭탄으로 수업 대체, 음질 불량 등 2학기에도 원격 수업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교육권 손실이 계속되면 1학기와 마찬가지로 등록금 보상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