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연금 제도 개편을 요구해온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19일부터 이틀간 ‘급식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18일 밝혔다. 이틀간 학교 급식이 이뤄지지 못해 상당수 학생이 빵·우유 등으로 점심을 때우거나, 도시락을 싸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초·중·고의 약 10%인 100여 곳이 급식 파업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그런데 급식 파업 대책을 수립해야 할 서울시교육청이 정작 각급 학교에 “파업 인력을 대체할 학부모 자원 봉사자도 금지한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사실상 파업을 수수방관하고 ‘노조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육청 “학부모 자원 봉사도 불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7일 각급 학교에 “임금 유·무급을 불문하고 학부모, 봉사자 등으로 파업 인력을 대체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파업 대응 지침’을 보냈다. 현행법상 사용자가 파업 참여자들을 대체할 인력을 투입하는 건 부당노동행위라는 이유에서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장 등이 급식 종사자들을 불러 파업에 참여할 것인지 묻는 행위 자체도 금지한다고 안내했다. 파업에 참여하면 무단 결근 처리하겠다고 고지하거나, 업무에 정상 복귀할 것을 설득하는 행위 등도 노조 활동에 위협을 준다는 이유로 금지한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노조에서 ‘학교장이 파업 참가 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압박이고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각급 학교에서 당장 내일 벌어지는 파업 참여자 규모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교육청이 파업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애들이 당장 점심 급식을 못 먹게 생겼는데,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벌이는 무급 봉사마저 ‘노조법 위반’으로 막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사실상 파업을 그냥 눈 뜨고 당하라는 얘기”라고 했다.

◇ “퇴직 연금 바꿔달라” 요구하며 파업

이번 급식 파업의 이유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서울일반노조 학교급식지부 등으로 구성된 서울학비연대가 18일 “서울교육청과의 퇴직 연금 제도 협상이 결렬됐다”며 “집단 교섭 승리와 퇴직 연금 제도 전환을 위해 2000여 명 규모의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학비연대 측은 현재 확정기여(DC)형인 연금 제도를 확정급여(DB)형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DC형은 고용주가 정해진 금액을 내고 근로자가 금융 회사에 맡겨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DB형은 고용주가 운용 책임을 지고 근로자에게 정해진 금액을 연금으로 지급한다. 장기 근속 때 DB형이 근로자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 요구를 수용할 경우 20년간 7135억~7816억원이 들 것으로 시교육청은 추산하고 있다.

◇ 학부모들 “아이들 급식이 볼모냐” 불만

문제는 학교 급식 종사자 등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매해 수차례 파업을 벌여 급식 대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급식 종사자들은 ‘2차 파업’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교총 등에선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법상 학교가 병원, 전기, 수도처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을 벌이더라도 최소한의 인력은 남아야 하고, 파업 참여자들을 대체할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허용된다.

지난 16일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서울학비연대 파업을 비판하는 ‘교육공무직의 연금 DB 전환을 반대합니다’ 시민청원이 올라와 63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하나를 들어주니 열을 바라고 매년 학생들을 볼모로 파업하고 있다”며 “수천억원은 누구 소꿉장난하는 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급식 종사자들이 매번 아이들 급식을 볼모로 ‘단결권’을 주장하는 사이 어린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만 일방적으로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코로나 확산 불안감도 호소하고 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급식 대란도 화가 나는데 노조원들 시위에서 확진자라도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