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0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국내 대학이 단 한 곳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2009년 이 평가가 시작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7일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위로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10위 이내였던 카이스트가 12위로 밀려났다. 카이스트는 2014년 2위까지 올랐지만, 6년 만에 10위 밖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11위였던 서울대는 올해 14위로 내려가 역대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국내 대학 가운데는 고려대가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오른 11위로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성균관대가 16위, 연세대 21위, 한양대 24위 등이다.
중국 대학들은 칭화대(2위)를 비롯, 5개 대학이 10위 이내에 포함됐다. 싱가포르는 3년 연속 1위 싱가포르국립대(NUS)와 난양공대(3위)가 포함됐고, 홍콩대(4위)·홍콩과기대(8위) 등을 포함하면 중국계 대학이 10위 이내에 9곳이나 포함됐다. 일본 대학은 도쿄대(15위)·교토대(17위) 등 10위 밖에 머물렀다. 올해 평가 대학은 18국 650개 대학이다.
2위까지 올랐던 카이스트 12위로 추락… 서울대 14위, 역대 최저
올해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한국 상위권 대학들이 10위 안에 한 곳도 들지 못했다. 2009년 첫 평가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 2012~2015년 4년 연속 카이스트·서울대·포스텍 등 3곳이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카이스트는 2014년 2위 , 2015년 3위 등 정상급이었고, 서울대도 2012년부터 3년간 4위를 지켰다. 포스텍도 2012~2015년 톱 10을 유지했다. 이 대학들이 불과 5년 만에 모두 ‘톱 10’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카이스트는 2014년 2위로 정상을 바라보다 6년 만에 10위 밖으로 밀렸고, 서울대는 올해 14위로 역대 최저 순위였다.
◇연구의 양과 질 모두 정체
이런 한국 대학들의 성적표에 대해 QS 측은 “연구 분야에서 중국만큼 활발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주춤한 사이 아시아 경쟁 대학들은 놀랄 만한 속도로 연구의 양과 질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고려대·카이스트·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 등 상위 5개 대학은 교수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연구하는지 나타내는 ‘교원당 논문 수’, 연구의 질을 가늠하는 ‘논문 피인용 수’ 지표에서 순위가 일제히 하락했다. 예컨대 서울대의 교원당 논문 수는 지난해 62위에서 올해 84위로, 논문당 피인용 수는 37위에서 48위로 내려갔다. 카이스트는 교원당 논문 수가 8위에서 10위로, 피인용 수는 20위에서 28위로 낮아졌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특히 논문 피인용 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연구의 질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시아 대학 평가’는 학계 평가(30%), 졸업생 평판도(20%), 논문당 피인용 수(10%), 교원당 학생 수(10%), 국제 연구 협력(10%), 교원당 논문 수(5%), 박사학위 교원 비율(5%), 외국인 교원 비율(2.5%), 외국인 학생 비율(2.5%), 해외로 나간 교환학생(2.5%), 국내에 들어온 교환학생(2.5%) 등 11개 지표로 평가했다
◇국제 연구 협력 분야서도 고전
다른 나라 대학들과 공동 연구에서도 한국 대학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위 50위 내 한국 대학 8곳 가운데 6곳의 국제 연구 협력 순위가 지난해보다 내려갔다. 특히 카이스트(53→76위), 포스텍(138→158위), 한양대(43→55위), 연세대(51→59위) 등의 순위 하락이 컸다. 다만 국내 1위인 고려대는 국제 연구 협력 순위가 17위로 국내 대학 가운데 가장 높았다. 마틴 잉스 QS 자문위원장은 “한국 대학이 다른 나라 대학과 공동 연구 협력을 강화해야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국제 연구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데는 한국 대학의 낮은 국제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교원 비율을 비롯해 4개 국제화 지표에서 한국 대학의 순위는 초라했다. 국내 상위 5개 대학 중 4곳의 외국인 교원 비율 순위가 100위 밖이고, 외국인 학생 비율은 서울대가 109위, 카이스트는 130위였다.
다만 세부 평가에 활용되는 11개 지표 중 몇 지표에선 한국 대학이 1위를 하기도 했다. 예컨대 지스트(GIST·광주과기원)는 ‘교원당 논문 수’와 ‘박사학위 교원 비율’에서 1위를 했다. 성균관대는 ‘박사학위 교원 비율’과 ‘국내로 들어온 교환학생’ 지표에서 1위였고, 포스텍은 ‘교원당 학생 수’와 ‘박사학위 교원 비율’에서 1위로 집계됐다. 성균관대와 연세대는 국내에 들어온 교환학생 지표에서 1위를, 한국외대는 해외로 나간 교환학생 지표에서 1위를 했다.
◇”이대로면 격차 더 벌어질 것”
교육계에선 한국 상위권 대학들이 비교적 높은 평가를 유지해온 학계 평가와 졸업생 평판도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대학의 연구, 국제화, 교육 환경 등에서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반면, 중국 등 경쟁국은 대학 교육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추세여서 아시아의 인재들을 더욱 빨아들일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한국 대학들은 등록금이 10년 이상 사실상 동결돼 정부 재정 지원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고 자율성은 줄어들어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중국 등 다른 나라 대학들이 연구와 교육의 질과 규모를 키워가며 상전벽해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 수준대로 머물면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