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하면서 올해 4년제 대학 신입생 추가 모집 규모가 16년 만에 가장 많았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 소재 대학에서도 추가 모집이 대규모로 발생했다. ‘학령인구 쇼크’가 지방을 넘어 서울까지 위협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 19일 마감한 정시 모집 등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날 기준으로 2021학년도 대학 신입생 추가 모집 규모는 전국 162교, 2만6129명이다. 2019학년도(7437명)보다 3.5배, 지난해(9830명)보다 2.7배 가까이 늘었다. 정시 모집 비율이 높고 수능 개편이 있었던 2005학년도 3만2540명 추가 모집 이후 16년 만에 가장 많다.
추가 모집은 수시·정시 모집에서도 충원하지 못한 신입생 규모다. 수시 합격자를 발표하고 미등록 등으로 충원하지 못한 인원은 정시 모집으로 이월한다. 이후 정시 1~3차 합격자 발표 후에도 충원하지 못하면 2월 말까지 진행되는 ‘추가 모집’을 진행한다.
추가 모집은 지방대에 집중됐다. 지방대 추가 모집은 전년 8930명에서 2만3767명으로 2.6배로 늘었다. ‘지역 명문대’로 꼽히는 지방 거점 국립대 9교도 추가 모집에 나섰다. 경북대가 1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주대 133명, 경상대 123명, 부산대 90명, 충남대 60명 등 715명에 달했다. 지방국립대는 전년에 444명을 추가 모집했는데, 61%나 늘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대학의 추가 모집도 50% 가까이 늘었다. 경기·인천 등의 대학 추가 모집은 전년 1022명에서 1502명으로 47% 증가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추가 모집은 전년 488명에서 727명으로 49% 늘었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가 지방은 물론 수도권과 서울까지 치고 올라왔다는 뜻이다. 자연계 최상위 인기 학과인 의예과도 단국대 의대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20명을 추가 모집하기로 하는 등 비인기 학과와 인기 학과를 가리지 않고 추가 모집이 발생했다.
대규모 추가 모집 사태는 취학 인구가 줄면서 대학 지원자 자체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 응시 인원(49만3433명)은 대학 전체 입학 정원(55만5774명·특별 전형 포함)보다 6만명 적었다. 이에 서울 소재 대학 정시 경쟁률도 전년 5.6대1에서 5.1대1로 하락했고, 지방대는 평균 2.7대1로 전년(3.9대1)보다 크게 낮아졌다. 정시에선 1인당 3곳까지 지원할 수 있어 경쟁률 3대1 미만은 사실상 ‘미달’로 본다. 합격자 연쇄 이동 등으로 합격해놓고 등록하지 않은 수험생들이 속출하면서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추가 모집 인원이 폭증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매우 낮은 성적으로 지방 거점 국립대 등에 합격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최근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충청도 A 지방 거점 국립대 수학과에 ‘수능 수학 8등급(백분위 하위 4%)’을 맞은 수험생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통상 A대학 수학과 합격선은 3등급 정도인데, 매우 낮은 수학 성적으로도 수학과에 합격한 것이다. 실제 올해 A대학 수학과는 정시에서 19명을 모집하는데 충원이 안 돼 예비번호 마지막 수험생까지 합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과는 현재 추가 모집도 진행 중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서울권 대학에서 추가 모집 규모가 늘었다는 건 이제 ‘신입생 미달 사태’가 전국 어디나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추가 모집이 수시, 정시 모집에 이어 새로운 ‘제3의 대입 모집 단위'가 될 거란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