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우리나라 초등학생들 가운데 “미래 희망 직업이 없다”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정부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고, 전년 대비 1.5배 많아졌다. ‘코로나 스트레스'로 무기력하고 우울해진 학생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4일 ’2020년 진로 교육 현황 조사 결과'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학생 2만3223명, 학부모 1만6065명, 교사 28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초등학생의 20.1%가 ‘미래 희망 직업이 없다’고 응답했다. 작년(12.8%) 대비 1.5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교육부가 ‘희망 직업’을 본격 조사한 2012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희망 직업이 없다’고 답한 초등학생 비율은 2013년 18.6%, 2015년 8.7% 등으로 줄다가 2018년부터 크게 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중학생의 33.3%, 고등학생의 23.3%도 ‘희망 직업이 없다’고 답했다. 전년 대비 각각 5.2%포인트, 2.8%포인트 늘었다. ‘꿈이 없다’는 답변은 중학생은 2013년, 고등학생은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교육부 담당자는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아이들이 다양한 진로·직업 체험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코로나로 등교뿐 아니라 집 안팎에서 활동이 크게 제한되자 우울해진 학생이 많아졌다”며 “초등학생마저 코로나 스트레스를 겪으며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어가는 듯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이 원하는 희망 직업에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순위가 크게 올랐다. ‘코로나 대유행’ 때 헌신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보며 새롭게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등학생 희망 직업 1위는 3년 연속 운동선수가 차지했지만, 유튜버(3위)에 밀려 4위로 떨어졌던 의사가 2위로 올라섰다. 교사는 2위에서 3위로 내려갔다. 중학생 희망 직업 1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교사였고, 2위 의사, 3위 경찰관 순이었다. 작년까지 10위권 바깥이던 간호사는 8위로 뛰어올랐다. 고교생도 교사가 1위를 차지하고, 2위 간호사, 3위는 생명·자연과학자⋅연구원 순이었다. 간호사는 전년도 3위에서 한 계단 올랐고, 생명·자연과학자도 전년도 6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2019년 고교생 희망 직업 11위에 머물렀던 의사는 지난해 5위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