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정원 4000명 규모의 대구대는 지난해만 해도 신입생 충원율이 99.9%였다. 미달 인원은 2명에 불과했다. 올해 입시에선 신소재에너지시스템공학부 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컴퓨터정보공학부 정보보호전공, 융합산업공학과 등을 신설하면서 우수 학생들 유치에 나섰다. 또 수리빅데이터학부 수학전공을 수학·산업수학전공으로, 전기전자공학부 전자제어공학전공은 전기·지능로봇공학전공으로 일부 학과 전공 이름도 바꿨다.

하지만 이 학과들이 모두 올해 입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달 최종 추가 모집에서 정보보호전공만 1명이 지원했고 다른 학과에는 지원자가 없었다. 결국 대구대는 올해 신입생 총 780명 미달인 채로 새 학기를 시작했고, 총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대구대는 앞으로 대대적인 학과 개편 등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모집 정원의 10%를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구대 관계자는 “여러 지방대학들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이른바 ‘4차 산업' 관련 학과를 만들면서 신입생 미달 사태를 막아보려 했지만 거의 다 실패했다”면서 “서울 주요 대학을 흉내 내 학과 구색을 맞추는 식으로는 정원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구대는 반려동물 관련 전공 등 학생들 수요도 있고 실용적으로 유용한 학과들을 보강하고, 이번에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 학과들을 없애거나 정원을 줄일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올해보다 신입생 정원을 10%(약 400명) 이상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교육계에서는 대구대의 자발적 구조조정이 다른 지방대로도 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원을 유지한 채로는 올해 같은 대규모 미달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극동대 관계자는 “항공 정비를 비롯해 기존 학과 중 신입생 모집이 잘되는 전공 중심으로 특성화하는 학과 구조 개편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반면 일부 대학에서는 미달 사태에 대한 책임론으로 갈등이 커져 구조조정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달 인원이 710명인 원광대는 교수들과 직원들이 “학교가 폭망(폭삭 망하기) 직전”이라며 총장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총학생회도 “모든 것이 실패했고 실패할 무능한 총장은 사퇴하라”며 나선 상태다.

지방대 가운데 상당수는 수도권 대학들부터 자발적으로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영산대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지방대학들은 대학 구조조정의 부담을 지고 인원을 줄여온 반면, 수도권 대학들의 신입생 독식 현상은 심화돼 지방대 줄도산이 눈앞에 닥쳤다”며 “이제 수도권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정원을 줄여 지방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