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대학 강의가 아니라 1대1 과외 수업을 받는 것 같다'는 말까지 합니다. 실망이 클 수밖에요.”
충북의 한 대학 교직원은 “이달 초 개강 이후 자퇴를 고민하는 신입생들 연락을 자주 받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학은 올해 대학 입시에서 지원자가 대폭 줄어 지난해보다 신입생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수강생이 1~2명에 불과한 비대면 실시간 강의가 많아지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어떤 학과는 신입생이 두세 명에 불과해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지원자 100% 받아줬지만 대량 미달
올 입시에서 미달 인원이 지난해보다 수백 배씩 늘어난 지방대들이 속출하자 기존 형태로 학교 운영을 계속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일부 지방대는 미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모집 지원자를 100% 받아주고 현금까지 지급했지만 끝내 대규모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예컨대 ‘합격률 100%’를 보장하고 현금 50만원 지급을 약속했던 우석대는 272명이 미달했다. 신라대도 1년 학비 면제에 전과(轉科) 100% 보장, 토익 수강비와 도서비 지원 등 250만원어치의 장학 패키지 제공을 내세웠지만 미달 인원이 440명에 달했다.
미달 인원이 500명 넘는 대학도 수두룩했다. 대구대(780명), 원광대(710명), 상지대(654명·추가모집 2차 기준), 가톨릭관동대(539명) 등이다. 이 학교들의 미달 인원은 지난해에 비해 적게는 11배(상지대 56명→654명)에서 많게는 390배(대구대 2명→780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대들은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모집 활동을 못해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대전의 한 대학 관계자는 “서울에서 매년 열리던 대입 설명회도 코로나 때문에 무산됐고 학교 홍보 활동도 못한 것이 미달 급증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는 교수와 직원들이 여러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교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등록금 수십억 줄었는데 어떻게 버티나”
사상 초유의 대량 미달 사태를 맞은 지방대학들은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올해 채우지 못한 신입생 정원만큼 등록금 수입이 줄어든 데다 이 여파가 올해 신입생(2021학번)들이 졸업할 때까지 4년간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간 등록금이 745만원인 원광대의 경우 올해 신입생이 710명 미달이어서 등록금 수입이 약 52억원 감소하고, 이 신입생 공백은 향후 4년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어 학교 입장에선 4년간 등록금 수입 감소액이 총 2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일부 대학은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청소 용역 계약을 해지하고 교수와 직원들이 학교 청소를 하기로 하거나, 문서를 종이로 출력하는 것도 최소화하기로 하는 조치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올해부터 설 명절 수당 지급이 끊겼다”고 했다.
◇”이대로면 지방대 줄도산 눈앞”
지방대 교수들 사이에선 “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불안감이 짙어지고 있다. 부산외대의 한 교수는 “이제 월급이 깎일 차례라며 동료 교수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우석대의 한 교수는 “예전엔 캠퍼스에 학생들이 별로 없는 방학이 여유 있고 좋았는데, 올해는 학생 한명 한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한다”며 “입학한 학생마저도 학기 중 떠날까 봐 불안해 캠퍼스 분위기가 무겁고 침울하다”고 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해 지방대 교수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매우 위기', ‘위기'라고 답한 응답자가 98.5%에 달했다. 위기감의 이유로는 ‘학생 모집 어려움’(34.9%)이 가장 많았고 ‘교직원 신규 채용 중단 및 임금 삭감’(19.9%)과 ‘교육 및 연구 여건 하락’(19.4%) 등이 꼽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지방대의 위기는 인적·물적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구조적 문제와 지방대 출신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문제가 복합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대학 정원 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