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현장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 ‘교실’과 ‘교사’의 역할과 의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 교실은 교사가 효율적인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같은 학년 아이들을 모아놓던 물리적 틀이었다. AI 소프트웨어가 구동되면 교실은 가상공간으로 무한히 확장되고 학생들은 AI가 설계한 ‘맞춤형 교육’을 받는다. 교사들은 학업 외에 성장기 학생들의 인격 형성 등 정서적 돌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라는 2019년 보고서에서 “AI 도입과 함께 교실은 물리적 공간의 속성과 더불어 네트워크 증강 기술이 사용된 가상공간으로도 확장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AI로 인해 학생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몰입형 디지털 교육에 노출될 것”이라며 “AI를 통해 학생들은 최적 학습경로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AI 기반 교육 시스템에서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기존과는 다를 것”이라며 “AI 소프트웨어가 교육 현장에서 잘 구동되도록 하는 등 새로운 능력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2018년 ‘교육에서의 AI 역할과 미국의 일자리 변화’ 보고서에선 “AI 혁신은 교사가 학생들 개개인의 ‘맞춤형 교육’을 이뤄내는 데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며 “미래 교육은 실시간 데이터 사용, 개인화된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과 기존 대면 학습의 전략적 통합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존 대면 수업에 AI 교육을 보강한 ‘혼합형 수업’ 방식이 성적 향상에 효과를 나타낸 사례는 이미 여러 번 있었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2014년 미 7주(州) 147개 중·고교에 재학 중인 1만8700명을 대상으로 대수학(代數學) 과목의 성적 변화를 분석했다. AI 교육 소프트웨어인 ‘매시아’ 프로그램과 종이 교과서를 혼합해서 공부한 학생이 교과서로만 공부한 경우보다 “표준편차 점수가 평균 0.22점 높았다”고 했다. AI 학습이 성적을 한 등급 정도 높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