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격수업 - 지난 4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 코로나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은 가운데 담임교사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이용해 쌍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일방향적으로 진행되는 수업 방식은 기존과 동일하다. /오종찬 기자

지난 4일 서울 A초등학교 6학년 교실. 아침 9시가 되자 담임교사 B씨 컴퓨터 모니터에 25개 작은 화면이 주르륵 뜨면서 학생들이 “안녕하세요!”라고 외쳤다.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이 실시된 이날,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으로 접속한 학생들이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화상 대화, 채팅 등으로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된 지 몇 분이 지나도 노트북 카메라조차 켜지 않아 까만 화면만 띄워 놓은 학생들이 있었다. 일부는 고개도 들지 않고 얼굴도 보여주지 않아 표정도 알 수 없었다. B교사가 한창 수업을 진행하며 ‘패들릿(웹 메모지)에 필기하라’고 지시했지만, 25명 중 5~6명만 빈 메모장을 채웠을 뿐 상당수 학생은 제대로 답을 적지 못했다. “궁금한 건 채팅으로 물어보라”고 했지만 40분 수업 시간 중 질문 3개만 겨우 올라왔다.

B교사는 “‘쌍방향' 원격 수업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원격 수업도 교사 혼자 일방적인 강의를 하는 기존 교실과 다를 바가 없다”며 “제한된 수업 시간 안에 한 아이 한 아이에 맞춰 피드백을 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원격 수업의 현실이 학습을 잘 따라오는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고, 그러지 못한 학생들은 사실상 방치되는 기존 교실 모습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실시간 원격 수업에 대해 “미래 교육에 걸맞은 ‘K에듀’라는 새 모범”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존 등교 수업을 ‘랜선’으로 중계하는 수준일 뿐,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개인 맞춤형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서울 시내 초중고교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율은 평균 88%로 지난해 2학기(22.6%)보다 4배 가까이 높아졌다. 작년에는 대다수 학교들이 교사가 제작한 PPT나 기존 유튜브 동영상, EBS 방송 등을 틀어놓고 원격 수업을 진행했는데, 학부모들로부터 ‘유튜브 수업’이란 비판이 커지자 올해부터 모든 학교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대폭 확대됐다. 그러나 실제 수업에서는 기존 교실 수업과 다를 게 없는 수준이다. 얼굴만 온라인을 통해 만날 뿐, 쌍방향 소통이나 진단,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에 대한 지원은 없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실시간 원격 수업 방식이 가정 형편에 따른 학력 격차만 더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가정 형편이 좋은 학생들은 개인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헤드셋, 초고속 와이파이가 갖춰진 환경에서 부모의 지도 아래 원격수업을 받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은 스마트폰 화면에 의존한 채 제대로 된 와이파이 환경도 없이 수업을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한국교총 신현욱 정책본부장은 “지금 같은 원격 수업 방식은 아이들이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 방식”이라며 “개별 아이들의 학습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교사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수업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