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학들이 발 빠른 속도로 AI(인공지능) 튜터를 통한 혁신적인 수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내 대부분 대학은 지금도 교수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따라가는 기존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원격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도 대학마저 개별 학생마다 수준에 맞춰 배우는 교육 대신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대학 교원 28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원격 수업의 절반(50.2%)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으로 파악됐다. 상당수 대학생이 교수들이 사전에 녹화한 수업 동영상, 이른바 ‘인터넷 강의’(인강)를 들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질문과 토론이 가능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율은 24.8%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대학교수들은 교수대로 “학생에게 피드백 주기가 어렵고, 수업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하고, 학생은 학생대로 “교수와 소통할 수가 없고, 제대로 된 수업 대신 ‘과제 폭탄’만 산더미”라고 아우성이다. 온라인을 통한 개인 수준 진단, 맞춤형 지원은커녕 대면 수업 때보다도 못한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강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부실 수업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학생 단체들은 교육부와 대학에 “등록금이 아깝다”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소송까지 나선 상태다.

교육계에서는 초·중·고교, 대학 가릴 것 없이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개인 맞춤형 교육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지난해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 106명에게 물었더니, ‘AI 기반의 맞춤형 학습 지원 플랫폼’ ‘고도화된 학습 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런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려면 ▷무선 인프라 환경 구축 ▷1인 1디지털 기기 ▷양질의 교육용 콘텐츠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 학교는 ‘잘하는 학생들에겐 지루하고, 부진한 학생들에겐 부담'인 공간이었다”며 “AI가 도입되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맞춤식 교육이 가능해지고, 성적이나 교과 활동 등 다양한 학생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진로·진학·취업까지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