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교재 대신 태블릿을 챙겨요. 공부가 학교에서 끝나요.”
서울사대부고 1학년 박준성(16)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지 않고 교실에서 태블릿을 꺼낸다. AI(인공지능) 튜터 앱(app)을 켜면 오늘 풀어야 할 수학 문제 3개가 올라와 있다. 학교 수업 진도와 별개로 박군의 수준에 맞게 제시된 문제다. 빈 노트에 풀이 과정을 쓰고,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담당 수학교사에게 전달한다. 박군은 “개념 이해가 된 부분은 다음 진도의 문제를 미리 주고, 자꾸 풀어도 틀리는 건 비슷한 문제를 계속 추천해줘서 좋다”며 “늘 하루 끝이 학원이었는데 이제 학교에서 공부를 마친다”고 말했다.
서울 종암동 서울사대부고는 지난 20일 특별한 실험을 시작했다. 서울대 부설학교진흥원이 AI 교육 스타트업인 ‘제제듀’와 함께 만든 AI 교육 소프트웨어로 이 학교 1~2학년생 20명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맞춤형 수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학기 1학년 전체 학생에게 ‘AI 수학 튜터’를 붙여 정규 수업에 활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그간 지자체를 중심으로 AI 튜터를 ‘방과 후 학습’에 활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학교 차원에서 개발에 참여해 정규 수업에 도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공교육 현장에 AI 맞춤형 교육 도입
이번 실험은 참가를 희망한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AI 튜터링 앱인 ‘체리팟’으로 진단 평가를 실시한 다음 수준별 학습이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각각 수준에 맞게 배당된 3문제를 매일 풀어서 업로드한다. AI가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면 멘토로 지정된 수학 교사는 AI의 분석을 참고해 문제 풀이 과정에 대한 첨삭을 한다. 그런 다음 AI가 학생의 문제 풀이 데이터를 토대로 추천한 문제 가운데 교사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3개를 선택해 다음 날 과제로 내준다. 학생들은 사실상 ‘맞춤형 학습’이라는 게 없었던 공교육 현장에서 일대일 학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사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개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체크하면서 반 전체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 서울사대부고 이성원 교사는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하게, 속도가 느린 학생은 그 속도에 발맞춘 교육을 통해 상향 평준화를 해보자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번 실험은 공교육 환경에 맞게 AI 튜터를 설계해가는 것이 특징이다. 민간기업의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되, 교사가 참여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는 서울사대부고 현장 교사는 총 4명인데 2학기에 AI 수업이 1학년 전체로 확대되면 이 학교 전체 수학 교사가 동참할 예정이다. 서울사대부고는 영어 수업에도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 부설학교진흥원은 향후 산하 서울사대부초, 부속중, 부속여중에도 AI 튜터 도입을 계획 중이다.
◇AI 활용 이후 평균 정답률 15% 상승
코로나발(發)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교육이 AI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교육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전 과목에 따라 42~58%를 차지하던 중위권 학생(내신 B~D등급) 비율은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 이후 34~49%로 하락하면서 성적 상·하위권 학력 격차가 커졌다.
제제듀는 작년 11월 대구 공산중학교 학생 26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선행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정답률은 평균 15%가량 높아졌다고 한다. 특히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의 경우 정답률이 40% 이상 올라간 사례도 있었다.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은 “코로나 장기화로 교육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개별 맞춤 교육이 가능한 AI 튜터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