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후보들은 AI(인공지능) 교육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 초·중·고교생들이 AI를 제대로 배우도록 교육과정 개편에 나서지 않으면, 20년 후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우려가 크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과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내년에 확정될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은 현재 초등학교, 중학교 전체 수업 시수의 1% 이하인 정보 교육을 AI 시대에 걸맞게 대폭 확대하고, 대학 입시에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고 나섰다. 오 총장과 이 총장,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이 지난 16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 주최 토론회 직후 본지와 가진 대담에서다. 여기서 AI교육은 프로그래밍을 비롯해 데이터 수집과 정보의 분석, AI 소프트웨어 활용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가교육과정은 초·중·고교의 교육 내용을 큰 틀에서 규정한 것으로,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교과서 집필 기준과 대학 입시 등이 큰 폭으로 바뀐다. 정부는 2024년 초등학교, 2025년 중·고교에 적용할 교육과정 개정을 위해 국민 의견 수렴 등 공론화를 시작했고, 올해 하반기 주요 사항 발표에 이어 차기 정부 때인 내년 하반기에 확정 고시한다.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될 대학 입시는 현재 초등 6학년이 치를 2028학년도부터다.
QS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1~2위를 다투는 두 대학 총장이 AI 교육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 때 반영되지 않으면, 경쟁국과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초·중·고교에서 필수 교과로 정보 교육을 하는 영국(374시간), 인도(256시간), 중국(212시간), 일본(405시간·프로그래밍 등 정보 활용 수업 포함)에 비해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중학교 9년간 총 51시간에 불과해 경쟁국의 6분의 1 안팎에 그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는 정보 교육을 실과 교과로 배우고 3~4주에 한 시간씩 배우는 빈도여서 교육 효과가 적고, 고교는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인 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포함되지 않아 외면받는다는 지적이다. 이광형 총장은 “정보 교육을 초등학교부터 독립 교과로 편성하고, 고교까지 필수로 배우도록 해야 한다”며 “수업 시간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오세정 총장은 “AI 교육 확대를 교육과정 개정에 넣더라도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않으면 중·고교에서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입으로 들어오면 수학 못지 않게 굉장히 많은 선택을 받는 과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 총장은 “고교학점제 시행 등을 전제로 서울대 입시에서 정보 교과 이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두 총장은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 학생들이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2040년 이후는 인류와 AI가 공존하는 시대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광형 총장은 “탁구나 테니스 복식 경기처럼 인간과 AI가 한 팀이 돼 성과를 내는 시대”라며 “AI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AI 교육이 필수”라고 했다. 또 “AI 교육은 오늘날 영어처럼 미래의 공용어를 배우는 것”이라며 “시작 시기가 빠를수록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AI 등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급격하게 변한 교육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교육으로의 대전환을 준비한다”며 7년 만에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는 배경을 밝혔지만, 중·고교의 경우 학교당 정보 교사가 0.5명 안팎일 정도로 열악한 여건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모든 초·중·고교에 AI 교육을 주도할 전담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며 “AI 교육은 여야를 불문하고 굉장히 핵심적인 의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오 총장과 이 총장은 사교육이 미래 AI 교육 시장을 장악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오 총장은 “AI 공교육 시간이 확대되지 않으면 사교육에 따른 교육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했고, 이 총장은 “국가 미래를 좌우할 교육과정 개정은 학생과 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