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중학생 1인 1태블릿 PC 지급’ 계획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내년 3월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을 시작으로 매년 600억원을 들여 서울시 내 모든 중학교 신입생에게 태블릿PC 1대씩을 무상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이후 본격화된 온라인 수업을 교실에서도 최대한 활용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지급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을 노리는 조 교육감의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학부모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방적으로 태블릿PC를 나눠주고서는 파손·분실 시 학부모가 책임을 지라고 하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코로나19 방역 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2021.11.10./뉴시스

◇'선심성 정책 아니냐’ 논란

조 교육감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매년 중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를 지원해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저소득층 학생에게만 원격 수업에 필요한 태블릿PC 등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해왔는데 지급 대상을 모든 학생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고1 학생, 2024년 초등학교 5~6학년까지 태블릿PC를 무상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원격수업 때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지만 앞으로는 교실에서도 모둠 활동 등을 할 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대당 50만~60만원에 달하는 고가(高價)의 스마트 기기를 모든 학생에게 공짜로 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위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초3~고3 가정의 98.6%가 원격 수업이 가능한 디지털 기기를 갖고 있다. 학생 대부분이 기기를 갖고 있는데 새것을 준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이 지급한 태블릿PC가 의도한 교육 목적대로 쓰일 것인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쉬는 시간은 물론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이 태블릿PC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게임·동영상 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년부터 서울시 내 모든 중1 교실에서 ‘온·오프라인 혼합 수업’이 실시되지만, 어떤 온라인 콘텐츠로 어떻게 태블릿PC를 활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제대로 된 온라인 수업 콘텐츠 없이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기만 나눠준다면 태블릿PC는 ‘공짜 오락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분실 파손 시 학부모 책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원치도 않는 스마트 기기를 주고서 학부모에게 부담만 지우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청이 나눠준 태블릿PC가 파손됐을 때 수리 비용의 20%, 분실했을 때는 전액을 학부모가 변상해야 한다. 서울의 초6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만 열세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들이 공짜 태블릿PC를 얼마나 소중하게 다룰지 의문”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이 많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600억원으로 차라리 애들 책 한 권을 더 사줘라”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올 들어 이미 몇 차례 ‘선심성 정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나마 충분한 준비 없이 밀어붙이다 번번이 불만을 샀다. 예컨대,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은 “원격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점심 끼니 거르는 일이 없게 하겠다”며 예산 560억원을 들여 학부모들에게 10만원 상당 ‘희망급식 바우처’(제로페이 포인트)를 제공했다. 하지만 품목 규제가 많아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예산 3조2000억원을 투입해 노후 학교를 개조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프로젝트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학부모 반대 집회가 이어져 곤욕을 치렀다. 예산 430억원을 들여 올해 처음 지급한 중·고교 신입생 입학준비금(30만원)은 ‘사용처가 너무 제한돼 있다’는 아우성이 나왔다. 여기에 내년 초등학교 신입생 입학준비금(20만원), 유치원 입학준비금(10만원) 지급도 검토 중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세수 증가로 교육 예산이 넘치는데 학력 저하 등 산적한 교육 문제는 뒷전이고 보여주기식 정책에만 예산을 투입하니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거두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