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소송전에서 백기를 들었다. 27일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7곳(경희·배재·세화·신일·중앙·한양대부고·이화여대부고)과 벌여 온 지정 취소 소송 항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학교들이 교육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2년 반 만에 교육청의 ‘8전8패’(숭문고는 1심 승소 후 올해부터 일반고 전환)로 막을 내린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자사고 8곳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전부 졌다. 당시 재판부는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을 갑자기 ‘60점 이상’에서 ‘70점 이상’으로 높이고 이를 과거 기간에도 소급 적용한 것 등이 위법한 행정조치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연달아 자사고들의 손을 들어주자 조희연 교육감이 무리하게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사고 폐지’는 조희연 교육감을 비롯한 좌파 성향 교육감들 대표적 선거 공약이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잇단 패소에도 “자사고 평가는 적법했다”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퇴행적 판결”이라며 곧바로 항소했다. 그러나 내달 3일로 예정된 2심 첫 선고 공판에서도 패소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자 일주일 앞두고 취하를 결정했다. ‘자사고 소송 완패’가 오는 6월 교육감 선거에서 3선(選)에 도전하는 조 교육감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포기했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조 교육감이 2년 넘게 무리하게 소송을 끌고 오면서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고 2억원에 달하는 소송 비용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육감은 2014년 취임 후 줄곧 자사고를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 ‘고교 서열화의 주범’이라고 비판하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이날 입장을 내고 “조 교육감은 소송을 취하했다고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다”라면서 “공약 실현을 위해 위법하고 불공정했던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한 데 대해 이제라도 분명히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지난 12일 자사고인 해운대고와의 항소심에서 패한 부산교육청도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자사고 지정 취소를 둘러싼 재판은 전국에서 경기교육청(안산동산고)만 남았다. 항소심을 진행 중인 경기교육청 측은 본지 통화에서 “다른 교육청의 결정과 상관없이 재판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서울·부산교육청이 소송을 중단하면서 자사고 8곳(서울 7곳, 부산 1곳)은 당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소송과 무관하게 8곳을 포함한 전국 35개 자사고는 현행법상 2024학년도까지만 자사고로 운영하고 이후엔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2025년에 모든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2019년에 고쳤기 때문이다. 이날 교육부는 입장문을 내고 “서울·부산교육청의 소송 취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새로운 고교 체제 마련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자사고들 운명은 학교들이 이 개정 시행령에 반발해 2020년 청구한 헌법소원 결과와 오는 3월 대선 결과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