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훈 경기 인덕원중 교사는 20년간 수업 시간에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기술 발달을 그린 SF 애니메이션 ‘메모리즈’. 총길이는 43분. 그런데 아이들 반응이 달라졌다. “예전엔 아이들이 빠져들어 보더니 이젠 아이들 절반이 집중 못 하고 딴짓을 해요. 한번은 무술 영화를 보여줬더니 ‘바로 싸우는 장면으로 넘어가자’고 하더군요.”

#초등 5학년 담임 박모 교사는 지난 학기 아이들에게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그런데 아이들이 물었다. “선생님, 1.5배속으로 봐도 돼요?”

최근 교육 현장에선 이런 학부모, 교사들 이야기가 쏟아진다. 수업 시간에 교과서 대신 영화나 영상을 보여주면 좋아하는 것도 옛말. 몇십분짜리 영상에도 몸을 비트는 아이들이 많다. 짧은 콘텐츠만 즐기는 ‘쇼츠(Shorts)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의 ‘2021 타깃 리포트’에 따르면, 10대가 가장 선호하는 동영상 콘텐츠 길이는 6~10분짜리(54%)이고, 그다음이 4~5분(14%)이었다. 이렇다 보니 ‘쇼츠 세대’를 겨냥한 ‘쇼트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가 인기다. 짧게는 몇초부터 길어도 10분 이내다. 최근엔 대선 후보들도 ‘59초 공약’을 내놓을 정도다.

/그래픽=이철원

2000년대 중반 15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가리켜 ‘쿼터리즘(Quarterism) 세대’라 불렀는데, 이젠 그마저도 구어가 됐다. 교육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10분 이하 ‘짤강’(짧은 강의)을 선보이고 있다. 3년 전 10분짜리 중학생 짤강을 내놓았던 인터넷 강의 업체는 올해 초엔 1분⋅3분⋅5분짜리를 내놨다. 초·중·고교 4만5000개 강의를 모두 5분짜리 짤강으로 만든 앱도 지난해 출시됐다.

문제는 집중력이다. 중학생 아들을 둔 김모(38)씨는 “코로나 때문에 인터넷 강의를 많이 이용하는데, 15분만 돼도 애가 집중을 못 하고 수시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봐서 걱정”이라고 했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뇌가 한창 발달하는 유아부터 10대 시절 디지털 기기를 지나치게 많이 접하면 뇌에서 집중력·논리력 등과 관계된 전두엽은 덜 발달하고 시각적 자극을 처리하는 후두엽만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2018년 미 USC 연구진이 지역 고교생 2500명을 2년간 관찰했더니,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한 학생일수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란 지적이 있다. 수시로 뜨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유튜브 알림 때문에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 최근 영국·중국 등은 학교 안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거나 금지하려고 추진 중이다. 인스타그램은 소셜미디어가 이런 경향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미국·영국 등에서 사용자가 앱에서 일정 시간 이상 머물면 ‘쉬세요(Take a break)’라는 알람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문해력(文解力) 저하 문제도 있다. 초등 2·4학년 자녀를 둔 김희경(43)씨는 “아이들이 국어 긴 지문뿐 아니라 수학 문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주변에 영어 유치원 나온 아이들은 우리말 단어 뜻을 영어로 설명해줘야 이해할 때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민중 대구 서재초 교사는 “아이들이 ‘당근이지’는 알아도 ‘당연하다’는 모르고, ‘졸라’는 알아도 ‘매우’ ‘퍽’ 같은 단어는 잘 모른다”면서 “영상과 짧은 글에만 매몰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읽기’ 영역에서 우리나라 학생 중 레벨 1 이하(기초적 문장 이해만 가능) 학생들 비율은 15.1%. 2009년에 비해 3배 증가했다.

쇼츠 세대들은 인내심과 집중력은 부족하지만, 원하는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찾아내고, ‘멀티 태스킹’에 강하다. 여성가족부 김성벽 청소년보호환경과장은 “구글과 AI(인공지능)가 일상인 쇼츠 세대는 정보를 찾고 분석하고 공유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집중 못 한다’고 탓만 할 게 아니라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