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중학교 두 곳,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특성화중학교 지정을 취소한 서울시교육청 조치가 위법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17일 대원·영훈국제중이 특성화중 지정 취소 처분에 불복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1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6월 두 국제중의 운영성과평가 결과 기준점 70점에 미치지 못했다며 특성화중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교육부도 서울시교육청 판단에 동의했다. 그러나 대원·영훈국제중은 “교육청이 평가에 앞서 기준점수를 갑자기 올리고 평가 기준·배점을 학교에 불리하게 조정했다”며 맞섰다. 국제중 재지정 평가는 5년 주기로 하는데, 교육청은 평가 기간(2015~2019학년도)이 끝나가는 2019년 12월에야 세부 평가 항목을 담은 계획을 학교 측에 알려주고 이를 소급 적용했다. 재지정 통과 점수를 60점에서 70점으로 높이고, 2015년 평가에서 국제중이 높게 받았던 ‘학생·학부모·교사 만족도’ 점수의 배점은 15점에서 9점으로 낮춰 평가했다. 두 학교는 같은 해 7월 법원에 교육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 신청이 받아들여져 지금까지 국제중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날 승소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국제중 신입생 모집을 할 수 있게 됐다.
‘국제중 폐지’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선거 공약이었다. 교육계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소송과 마찬가지로 무리하게 공약을 밀어붙이면서 학교에 피해를 입히고 학생과 학부모 혼란만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자사고 8곳과의 1심 소송에서 모두 패소하고 지난달 항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즉각 항소해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국제중 평가는 2015년 평가와 동일한 평가방식·영역·항목을 유지했고 세부 항목만 몇 가지 변경했다”며 “행정처분 과정에서 어떠한 법률적·행정적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국제중은 서울 대원·영훈을 비롯, 전국에 5곳이 있다. 경기도 청심국제중과 부산국제중은 2020년 재지정 당시 기준 점수를 통과해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경남 선인국제중은 내년 첫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