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강의 후에 바로 비대면 강의가 연달아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죠? 끝나자마자 카페로 뛰어갈 수도 없고….”
최근 연세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많은 대학이 오는 3월 개강을 앞두고 대면·비대면 강의를 병행하기로 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시간표 짜기가 너무 힘들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올 1학기부터 대학들에 대면 강의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어떤 대학들은 ‘기준 수강 인원’을 정해놓고 소규모 강의는 대면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예를 들어, 서강대와 중앙대는 40명 미만 수업은 대면, 40명 이상은 비대면으로 한다. 연세대·성균관대 등에선 동일한 과목인데 하루는 강의실에 출석해 수업을 듣도록 하고, 어느 날은 비대면 수업을 하는 식으로 ‘혼합 수업’을 활용하기도 한다.
수업 방식이 이렇게 다양해지면서 학생들의 고민이 ‘전면 비대면’일 때보다 복잡해졌다. ‘대면’과 ‘비대면 강의’를 같은 날 연달아 들어야 하는 경우가 특히 문제다. 강의실 출석 수업이 끝나고 10~15분의 쉬는 시간에 급히 빈 강의실이나 인근 카페를 찾아 온라인 수업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유모(27)씨는 “목요일마다 오후 5시 대면 강의를 마치고 10분 만에 다음 비대면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며 “일단 걸어서 10분 걸리는 도서관으로 가서 비대면 강의를 들을 계획이지만, 온라인 수업 중에 토론이나 발표를 하게 되면 조용한 도서관에서 난감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시간표 작성 더 복잡해져”
개강이 가까워오면서 대학생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건물마다 온라인 수업 들을 빈 강의실을 마련해달라” “줌 마이크 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달라” ”대면 아니면 비대면 하나만 해달라” 등 학생들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고려대 4학년 최현빈(24)씨는 “수업 방식이 비대면·대면으로 나뉘면서 시간표 짜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전에는 시간이 겹치지 않게 듣고 싶은 강의를 수강 신청하면 됐는데, 오는 1학기에는 강의가 대면인지 비대면인지뿐만 아니라 등교할 요일과 앞뒤 강의 방식까지 따져야 해 고려할 변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하루에 대면 강의가 하나라도 있으면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강의를 비대면으로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도 있다. 최씨는 “일주일에 이틀은 비대면 수업이 끝나고 바로 대면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 20분이 걸려서 비대면 수업도 어차피 캠퍼스 안에서 들어야 한다”면서 “이래서야 진정한 비대면 수업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대학들, ‘비대면 수업 요일’ 등 대책 마련
이런 문제점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는 대학들도 있다. 고려대는 단과대학마다 ‘비대면 수업만을 위한 요일’을 지정하라고 권고했다. 특정 요일에는 그 학부 학생들이 캠퍼스에 올 필요가 없도록 대면 강의를 배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학과 전공 수업이나 교양 수업을 듣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성균관대와 서강대, 고려대 일부 학과는 교내에서 비대면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빈 강의실이나 강당을 개방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노트북을 켤 장소를 찾는 번거로움은 줄어들겠지만, 여러 학생이 한 장소에 몰릴 경우 코로나 감염을 막겠다는 비대면 강의의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말이 나온다.
대학생 박선영(23)씨는 “대학 강의실에 앉아 노트북 화면 속 교수님을 보며 수업 듣는 상황 자체가 황당한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