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ncquarelli Symonds)가 실시한 ‘2022 QS 세계 대학 평가 전공별 순위’에서 ‘톱10′ 안에 든 국내 대학 학과는 4년 연속 1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QS의 ‘세계 대학 평가 전공별 순위’는 각 학과에서 세계 어느 대학이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순위다. 올해는 인문학·공학·자연과학·생명과학·사회과학 등 5개 학부의 51개 세부 전공별로 전 세계 88국 1543개 대학의 순위를 매겼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와 카이스트·포스텍·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국예술종합학교·경희대·세종대 등 9개 대학이 상위 50위 내 전공을 배출했다. 상위 20위에는 서울대 스포츠관련학과(13위)와 재료과학·현대언어학·사회정책학·약학 등 5개 전공이 들었다. 카이스트 재료과학 전공(20위)도 포함됐다.
◇세계 톱10 학과 4년째 ‘0′
15일 QS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톱50′에 든 전공이 작년 54개에서 올해 56개로 소폭 늘어나는 등 중상위권에서 작년보다 나은 성적을 보였지만 최상위권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국내 대학에서 상위 10위 안에 드는 전공을 낸 곳은 하나도 없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가 스포츠관련학 순위에서 2018년 10위를 했던 게 마지막이다. 아시아에서 싱가포르가 23개 전공이 ‘톱10′에 들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이 밖에 홍콩은 7개, 중국은 4개, 일본은 3개 전공을 세계 10위 안에 올렸다.
올해 국내 상위권 대학들의 공학 계열 순위가 일제히 떨어졌다. 더 문제는 하락세가 작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카이스트와 서울대·포스텍·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는 2020년 이후 2년 연속 정체하거나 떨어졌다.
올해 공대 순위가 특히 크게 하락한 건 ‘국제 연구 협력’ 부문이 올해부터 평가 지표로 추가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QS는 전공별 순위를 매길 때 ①학계 평가 ②졸업생 평판도 ③논문 피(被)인용 수 ④H지수(논문 생산성·영향력) 등의 지표를 활용하는데, 올해 5개 학부 평가를 진행하면서 국제 협력 관련 점수가 신설됐다. 대학이 해당 분야에서 다른 나라 대학들과 공동·협업 연구를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하게 하는지를 보는 지표다.
이와 관련, 국내 대학의 재정난이 글로벌 역량 약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외국 대학과 공동 연구를 하거나 해외 석학을 초빙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정부 지원금으로는 대학원생 인건비 주기도 빠듯한 수준이고 그마저도 사용처가 지정돼 있어서 국제 협력에 쓸 여력이 없다”고 했다. 대학을 옥죄는 각종 정부 규제와 대학의 현실 안주 분위기도 경쟁력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배 교수는 “카이스트를 벤치마킹해 1991년 설립된 싱가포르 난양공대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30년도 안 돼 국내 대학을 따라잡았고 이제는 오히려 역전한 상황”이라며 “이대로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역량은 국내 대학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한 서울 사립대 교수는 “국제 공동 연구가 활발할수록 논문 피인용도 등 다른 지표도 올라가게 된다”며 “세계적으로는 국제 협력을 대학 경쟁력의 주요한 기준으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언어 장벽도 있고 재정적인 이유로 해외의 선진 학자를 적극 유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연세대 문헌정보학 등 선전
전반적으로 국내 대학 성적이 떨어졌지만 순위가 오른 학과도 있다. 연세대 문헌정보학은 작년 순위권에 없다가 올해 33위까지 올라 국내 대학 중 가장 높게 평가됐다. 서울대 토목·구조공학과도 50위 밖에서 33위로 뛰어올랐다. 호텔경영학 전공에서는 세종대가 48위, 경희대가 50위로 ‘톱50′ 자리를 지켰고 공연·예술학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가 42위에 올랐다.
QS는 오는 6월 대학의 종합적 역량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 ‘세계 대학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11월에는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 순위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