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A교수는 자기 자녀와 그 친구를 동료 교수 논문에 끼워넣어 ‘스펙’ 쌓기를 도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자녀는 나중에 서울 K대 의대에 편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서울대 조사에서 이 논문이 연구 부정(不正)이라는 판정이 났지만 A교수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동료 교수만 ‘경고’를 받았다. 경고는 말 그대로 경고일 뿐 별다른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교육부가 대학 교수 논문에 미성년자를 공동 저자로 끼워 놓은 사례가 12년간 1033건에 달한다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 12월 조사에 착수, 2019년 10월 중간 발표에서 794건이었던 그 규모가 늘어났다. 그러나 이 중 부정이 있다고 판정한 논문은 96건(9.3%)에 지나지 않았다. 937건은 대학 자체 조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통보하자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회적으로 파문이 크자 조사를 하긴 했는데 시늉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대가 부정 논문 가장 많아

25일 교육부는 2007~2018년 발표된 연구물(국내외 학술지 게재 논문과 학술대회 발표물) 중 대학교수와 중·고교생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나타난 사례를 검증한 결과, 모두 1033건 있었다고 공개했다. 교수가 자기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연구물이 223건, 자기 자녀가 아닌 미성년자는 810건이었다. 이 중 기여한 게 거의 없는데 미성년자를 저자로 이름 올려준 ‘부정’ 사례는 27개 대학 96건으로 집계했다. 한 국립대 교수는 2013~2017년 자기가 쓴 논문 5건에 자녀 2명을 공저자로 올렸고, 두 자녀를 각각 제1저자로 등재한 논문도 3건이었다.

서울대가 가장 심해 미성년자 공저 논문 자체도 64건으로 가장 많고, 부정 사례도 22건으로 역시 가장 많았다. 이번에 미성년자 부정 논문이 많이 적발된 곳은 서울대 다음으로 연세대(10건), 건국대(8건), 전북대(8건), 성균관대(7건), 경북대(6건) 순이었다.

◇”시한 지났다” 징계 거의 안 해

이번 교육부 조사에서 미성년자 부정 논문에 관여한 교수 69명 중 실질적인 징계를 받은 건 10명에 불과하다. 해임이 1명, 정직·감봉 등 9명이었다. 다른 59명은 징계 시한이 지났거나 징계할 정도로 아니라고 대학이 판단했고, 교육부가 이를 수용했다.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징계 시효가 2020년 이전에는 3년이라 이미 그 이상 시간이 흐른 경우가 많았다는 해명이다. 교육부가 이 중 검찰에 업무방해 등으로 수사를 의뢰한 건 2건에 그친다.

이런 미성년자 부정 논문 연루 교수들 중 45명은 국가연구사업에 참여했는데, 이 중 교육부가 이들이 다른 국가연구사업까지 참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한한 교수는 27명이었다.

◇입시에 활용한 미성년 공저자 10명

교육부는 이번에 부정 논문에 이름을 올린 미성년자 82명에 대해 이 논문을 대학 입학 과정에서 활용했는지도 파악했다. 이 중 조사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해외 대학 진학자 36명을 제외한 국내 대학 진학자 46명 중 이 부정 논문이 입시에 활용됐다고 판단한 건 10명. 나머지는 활용하지 않았거나 보관 기한이 지나 알 수 없다고 봤다.

10명 중 5명만 입학이 취소됐다. 3명은 ‘부정 논문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대학에서 결론을 내렸고, 2명은 검찰에서 ‘혐의 없다’고 불기소해 각각 학적이 유지됐다. 입학 취소된 5명 중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가 포함됐고, 4명은 입학 취소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동료 교수 통한 ‘품앗이’ 파악 못해

미성년자 논문 공저자 교수들 중 이 미성년자가 자기 자녀가 아닌 경우가 810건으로 자녀인 경우(223건) 4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동료나 지인 교수를 통해 ‘논문 품앗이’가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드러났는데도 이번 교육부 조사에선 그 실태가 빠져 있다.

더구나 2018년 7월 이전까지는 초·중·고교 학생이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릴 때 소속 학교를 명시해야 한다는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누락된 미성년자 부정 논문이 더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조민씨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논문에 당시 다니던 한영외고가 아닌 의과학연구소 소속으로 명시한 바 있다. 미성년자 논문 참여는 2019년부터 대입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에 논문을 적지 못하도록 하면서 점차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