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는 지난해 지하철 서대문역 인근 서울 종로구 평동 7층짜리 교육용 건물(2167㎡)을 수익용으로 전환했다. ‘평동 캠퍼스’로 불리며 평생교육원으로 썼는데 수익사업에 쓰는 게 효용 가치가 더 크다고 봤다. 대학이 가진 교육용 건물을 수익용으로 바꾸려면 없어지는 교육용 건물 가치만큼을 교비에 넣어야 한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 건물 감정평가액은 360억원. 중앙대는 360억원을 교비에 넣어야 했지만 대신 원래 수익용이던 서울 흑석동 캠퍼스 인근 주차장 부지(2829㎡)를 교육용으로 전환해 충당액을 맞췄다. 주차장 부지 감정평가액은 358억원이었다. 그러자 “도심 요충지 건물과 흑석동 유휴지 가치가 비슷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부동산 가치가 큰 시내 교육용 건물을 수익용으로 돌린 다음 나중에 처분해 대학법인(두산그룹)이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교육용 재산은 아예 처분할 수 없지만 수익용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수익용으로 전환해도 대학법인(사학재단)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론 이런 잡음도 줄어들 전망이다. 교육부가 이달 중 교육·연구용으로 쓰지 않는 건물·토지를 수익용으로 전환하기 쉽도록 기존 교육용 가치만큼을 교비에 넣도록 하는 지침을 없앨 방침이기 때문이다. “사학재단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바꿔 맘대로 처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사립대 자산은 ‘교육용’과 ‘수익용’으로 나뉜다. 교육용은 강의실이나 연구실 건물과 토지, 교구(敎具) 등이며, 수익용은 대학 경영을 위해 수익을 목적으로 보유하는 건물·토지, 주식·예금 등이다. 남대문 연세세브란스빌딩이 대표적인 수익용 재산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개정하려는 지침은 사립대가 재학생 규모에 맞는 일정 수준 교육용 건물·토지를 갖췄다면 그 이상은 조건 없이 수익용으로 바꿀 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다. 예컨대 학생 수가 줄어 강의동이 남으면 이 강의동을 수익용 건물로 바꿔 그 수익을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자하게 한다는 취지다. 수익용으로 임대할 수 있는 업종도 지금은 매점 등 후생복지시설과 평생교육·체육·사회복지·창업시설 등 일부만 허용했으나 이를 확대해 금지 업종 외에 대부분 들어오게 할 방침이다. PC방·학원이나 성형외과 같은 병·의원 등도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층은 사무실·상가, 4~5층은 강의실로 쓰는 ‘학상(學商) 복합’ 건물도 더 활발하게 지어질 전망이다.
교육부가 이렇게 지침 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은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재정난이 심각한 수준에 처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대학 정원 미달이 심화하면서 유휴(遊休) 교육용 재산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작용했다. 남게 될 강의실·연구실 등을 상업용 건물로 바꿔 재정난을 타개해주자는 취지다.
지방 소재 대학들은 일단 환영하고 있다. 정인철 계명대 총무부장은 “국·공립대에 비해 재정 지원이 적고 열악한 상황에서 사립대가 조금이나마 자구책을 마련할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부산 한 사립대 총장은 “강의동을 수익용으로 바꾼다 해도 임대 사업 정도만 할 수 있는데 기대 수익이 크진 않다”면서 “이 건물·토지를 용도 변경한 다음 외부 업체에 매매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도움이 더 된다”고 말했다.
다만 사학재단이 교육용 재산을 무분별하게 수익용으로 바꾼 뒤 팔아치우려 할 수 있다는 의심도 있다. 2014년에도 새누리당이 ‘대학구조개혁법안’을 통해 이와 비슷한 교육용 재산 수익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교육부는 “대학법인 수익용 재산에서 나온 수익은 80% 이상 교육·연구에 써야 한다”면서 “수익용이라도 처분하려면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