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

코로나 유행으로 전 세계에서 온라인 수업이 급증하면서 이를 듣는 학생들 정보를 디지털 광고 기업들이 대거 빼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EBS(한국교육방송공사)와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에듀넷(e학습터)’ ‘위두랑’ 사이트가 이런 기업들에 노출되어 있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5일 ‘코로나 유행 기간 원격 수업을 실시한 정부의 아동 권리 침해’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 48국 온라인 수업 애플리케이션(앱)·웹사이트 146곳에서 학생들 행동을 추적하고 수집하는 장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렇게 모은 각종 데이터가 온라인 광고 기술 업체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EBS 사이트에서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15개 광고기술 기업이 이용자들이 어떤 메뉴를 이용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많이 보는지 등을 파악해 가져갔다. 이를 나중에 사용자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데 쓴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위두랑’ 사이트 역시 2020년부터 작년까지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각종 이용자 사용 행태 정보가 넘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현행법으로는 이런 광고 기술 업체들이 사이트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해가는 걸 막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 다른 사이트들도 비슷한 환경이란 얘기다. EBS와 교육학술정보원 측은 “구글 등이 정보를 수집한 점은 인정하지만 누구인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접근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광고 기술 업체로부터 금전 등 어떤 형태의 대가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성년 인터넷 행태 정보는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혜정 HRW 연구원은 “아이들에게 상업적인 광고가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건 문제”라면서 “각국 정부는 아동 데이터 보호 법률과 기준을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터넷 행태 정보를 이용한 무분별한 맞춤형 광고가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온라인 맞춤형 광고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일본 교도통신을 비롯한 16개국의 13개 언론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취재했다. 한국에서는 조선일보가 단독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