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9일 새벽 발표한 ‘2022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가 29위에 올랐다. 국내 대학이 30위 안에 든 건 이 평가가 시작된 2003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종전 최고 순위는 2014년 서울대가 기록한 31위였다. 우리 대학들은 전반적으로 교육 환경(교수 대비 학생 비율)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연구의 질(質)을 나타내는 지표는 일제히 하락해 한계를 드러냈다.
◇서울대 첫 톱30… 100위 안에 6곳
이번 평가는 ①학계 평가(40%) ②논문 피(被)인용 수(20%) ③교수 1인당 학생 수(20%) ④졸업생 평판도(10%) ⑤외국인 교수 비율(5%) ⑥외국인 학생 비율(5%) 등 지표 6개를 이용해 전 세계 대학 1418곳의 순위를 매겼다.
서울대는 지난 5년간 36~37위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는데 이번에 뛰어올랐다. 김태균 서울대 협력부처장은 “서울대는 지표 6개 중 논문 피인용 수를 제외한 5개 점수가 올랐다”며 “특히 가중치가 높은 학계·졸업생 평판 점수가 올라 전체 순위를 끌어올렸다”고 했다. 총점수의 40%를 차지하는 학계 평판도에서 서울대는 세계 19위에 올랐고 졸업생 평판도(20%)도 21위를 기록했다.
국내 4년제 대학 41곳이 올해 QS 세계 대학 순위에 들었다. 성신여대·숭실대가 처음 순위권에 진입했고 15곳은 순위가 상승, 10곳은 하락했다. 나머지 14곳은 작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100위 안에 든 국내 대학은 서울대를 포함해 카이스트(42위), 포스텍(71위), 연세대(73위), 고려대(74위), 성균관대(99위) 등 6곳이다.
◇연구 영향력 지표는 하락
한국 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 수 지표는 전 세계 평균을 웃돌았다. 교수 1명당 학생 수가 많으면 프로젝트나 토론 등 심화 학습보다 주입식 대형 강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전임 교원 채용을 많이 하고 적정 학생 수를 유지해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국내 대학 41곳 중 28곳(68%)은 이 지표 순위가 올랐다. 특히 포스텍은 이 부문 만점을 받으며 종합 순위가 작년보다 10계단 뛰었다. 포스텍 관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교수진을 적극 초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논문 피인용 수는 37곳(90%)에서 순위가 하락했다. 대학 교수들이 발표한 논문을 다른 학자들이 얼마나 인용하고 있는지 따져 연구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이 부문에서 광주과기원(6위)과 포스텍(26위), 카이스트(27위) 등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이 선전했지만 대다수 대학(29곳)은 600위 밖으로 처졌다.
벤 소터 QS 연구 총괄 책임자는 “한국은 GDP 대비 교육 투자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웃돌 만큼 교육을 중요시하지만, 논문 피인용 수는 하향 추세를 보인다”며 “혁신 역량을 키우고 연구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亞 싱가포르·중국 강세
전체 순위에서는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가 11년 연속 1위를 지켰고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2위를 하는 등 최상위권을 미국과 영국 대학이 휩쓸었다. 비(非)영미권으로는 스위스 ETH취리히(9위)가 유일하게 톱10에 들었다.
아시아 대학 중에선 싱가포르국립대(11위)가 최고 순위였다. 이어 중국의 베이징대(12위)와 칭화대(14위), 싱가포르 난양공대(19위)가 톱20 안에 올랐다. 홍콩대(21위)와 일본 도쿄대(23위)도 선전했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는 중화권 대학과 국제화에 성공한 싱가포르 대학이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다”며 “국내 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제 공동 연구를 늘리고 혁신적인 연구를 장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