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5년부터 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5세로 내리겠다는 학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저출산을 감안하면 취학 연령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이는 아이들 발달 단계에 맞지 않고 경쟁만 앞당긴다는 반박이 맞서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대통령 공약에도 없는 학제 개편안을 들고 나오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지난 29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2025년부터 한 살 낮춘다는 내용의 업무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교육부 보고대로 진행된다면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76년 만에 개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양극화의 초기 원인은 교육 격차”라며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겨 사회적 약자 계층이 빨리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학제 개편의 이유를 밝혔다. 취학 연령을 당겨 지역이나 가정 여건 차이로 생기는 교육 격차를 조기에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학제 개편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과거 정부에서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검토되기도 했다. 취학 연령을 낮추면 청년들이 일을 시작하는 나이, 결혼 및 출산 나이 등을 전체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취지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유치원은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전까진 가정별 교육에 대한 관심과 유치원 진학 여부 등에 따라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차이가 생긴다”며 “5~6살 때의 학습 격차는 물론 훗날 대학입시, 취업 경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취학 연령 하향 조정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전에 비해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높아지고 교육 인프라가 개선된 점도 찬성 근거로 꼽는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신체·인지 발달이 빨라지면서 6학년 학생들을 초등학생 방식으로 생활 지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 점점 늦어지는 대학생들의 사회 진출 시기를 1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학제 개편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단체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더 많은 편이다. 한국교총은 “학제 개편은 대폭적인 교사 수급, 교실 확충과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입시·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이해관계의 충돌, 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초등학교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체계가 유치원에 비해 미흡하다”며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돌봄서비스를 준비 없이 급하게 초등학교에서 떠넘기듯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제 개편으로 유치원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유치원·어린이집 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는 “교육 현장과 실질적인 이용자인 학부모,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이나 연구 과정 없이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을 느닷없이 발표했다”고 했다. 30여개 시민·교원단체는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결성하고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상당수 학부모들도 반대에 가세했다. 맘카페에는 “지금도 아이 발달이 느려 걱정인데 1년 더 빨리 학교에 가라니 큰일이다”, “입학 나이를 당기면 아이들이 사교육에 더 빨리 노출될 것” 등 글이 올라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령 연령을 낮추기 위해선 학급 인원수 조정과 연령에 맞는 교육과정 개편 등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한데 교육부 발표엔 이런 부분이 빠져 있다”며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활용해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업무 보고를 통해 현 정부는 공교육 강화로 가능한 한 어린 나이부터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저연령층에 대한 국가책임을 높이겠다는 큰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러한 지향점 자체에 대해선 교육단체 등에서도 공감할 것으로, 구체적인 수단과 관련해선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