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초등학생들이 농산어촌으로 유학을 다녀오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과 관련해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선 임기 동안 초등학생들이 한 학기 정도 농산어촌으로 유학을 다녀올 수 있도록 준의무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준의무화’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실상 ‘강력 권고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농산어촌 유학을 추진하는 이유로는 ‘생태 감수성’ 향상을 들었다. 기후위기 시대인 만큼, 학생들에게 생태의 가치를 가르쳐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조 교육감의 구상에 대해 학부모들은 지역 맘카페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조 교육감의 인터뷰가 보도된 지난 8일, 한 지역 맘카페에는 해당 보도와 함께 “의무 같은 소리하고 있다. 조희연 뽑은 사람 자녀들만 추진하던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카페 이용자들은 “완전 의무로 하고 싶은데 반발이 클 거 같으니 신박한 단어를 쓰면서 강요하는 것 아니냐”, “모택동이 사상 재교육을 시킨다고 지식인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방식과 같지 않냐”, “시위를 하자” 등 농산어촌 유학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도 학부모들의 반발은 잇따랐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인터뷰 기사가 실린 게시글에 “경기도로 이사를 가야하나” “자기 애들은 특목고에 유학 보내고, 남의 애들은 시골 보내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들은 ‘준의무화’라는 구상을 밝히기 전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어야 했다고도 비판하고 있다. 서울 양재구에 거주하는 김모(35)씨는 “박순애부터 해서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은 하고 구상을 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7세 자녀를 둔 김씨는 “흙을 밟게 한다는 발상은 좋지만, 아이들의 주거나 서울에 직장을 둔 부모들의 사정, 학습결손 등 걱정되는 게 한둘이 아닌데 이런 부모들의 생각은 반영이 된 건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양모(37)씨도 “초등학생 때는 학교 교육 못지않게 부모의 양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에서 맞벌이하는 부모의 경우 일을 그만두기도 어렵고 굉장히 난처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양씨는 “조 교육감의 정책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정책이 시행되면 아이들이 평일에는 농산어촌 유학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에 돌아와 학원 보충수업을 듣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