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2년 넘게 중단됐던 학생 예비군 훈련이 하반기 재개되면서 대학가가 혼란에 빠졌다. 원래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1년에 걸쳐 훈련 일정을 잡던 걸 9~12월 4개월 만에 끝내야 하는 상황이라 “중간고사 기간이랑 겹친다”는 불만부터, 기본적인 정보도 몰라 “수업을 빠지고 훈련 가도 되느냐”는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고려대는 하반기 재학생들 예비군 훈련이 10월 4~19일 사이로 정해졌다. 그런데 그때가 중간고사 시기다. 재학생 민모(24)씨는 “(10월 중순에) 3과목 시험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정확한 훈련 날짜는 아직 모른다. 자기가 언제 훈련을 받는지는 1~2주 전에 알려주기 때문. 훈련 날을 선택할 수도 없다. 훈련을 빠지거나 시험을 빠지거나 기로에 놓인 셈이다. 국가 시험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에 무단 불참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군 부대는 “지난 5월 학교와의 사전 협의가 완료됐으나 그 이후 대학 축제 일정이 바뀌면서 생긴 일로, 훈련 일정이 시험 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조정했다”며 “향후에도 학생 예비군들의 학업 보장을 위해 각 대학과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경희대는 10월 12~13일 학생 예비군 훈련 일정이 잡혔다. 중간고사 바로 전 주. 학생들은 “중간고사 끝나고 받으면 좋은데 왜 하필 날짜가 그때냐”는 항의를 쏟아냈다. 경희대 학생예비군연대 담당자는 “훈련 일정 문제로 항의 전화·메일이 30건 넘게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예비군 훈련 연기 사유로 ‘수능’을 써내면 된다” “진단서 받아서 제출하면 된다” 등 글이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 유행 기간 군은 예비군 훈련을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현장 훈련은 2019년 말 이후 처음이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예비군 훈련은 어떻게 진행하냐”는 정보 탐색도 치열하다. 훈련을 경험해본 선배들이 거의 없다 보니 벌어진 이색 풍경이다. 올해 처음 학생 예비군 훈련을 가는 김형준(23)씨는 “현장 예비군 훈련을 가봤던 선배들이 다 졸업해 대학원 진학한 선배를 만나 훈련에 대해 물어봐야 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생 박모(23)씨도 “혹시나 훈련 때문에 수업 빠져도 출석 인정이 되는지 몰라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는데 ‘예비군 훈련이 그동안 없었냐’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