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근 한양사이버대 부총장은 “사이버대의 온라인 교육 노하우가 다양한 교육 수요에 대응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사이버대

모든 교육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사이버대학에도 대기업 반도체 계약학과가 생긴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한양사이버대학은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전담 학과 신설 절차를 마치고 내년 1학기 입학생을 모집한다. 이 학과는 고졸 사원 직무 교육이 목적이다. 입학하는 삼성전자 고졸 사원들은 현업과 학업을 병행하고 4년 뒤 학사 학위를 받게 된다. 오성근(61) 한양사이버대 부총장은 “과거 강의실 수업 보조 수단으로 여겨졌던 온라인 강의가 앞으로는 대세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계약학과는 사이버대가 보여줄 수 있는 대학 교육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기업이 손잡고 맞춤형 교육으로 현장 실무 능력을 키우는 계약학과가 사이버대에 만들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공간 제약이 없는 사이버대 장점이 직무 특성과 맞아 떨어졌다. 주로 고졸 사원들인 반도체 제조·설비 담당 직원들은 전국 사업장에 흩어져 있고 교대 근무가 많아 같은 시간 한 곳에서 교육받기 어렵다. 한양사이버대는 시스템에 온라인 강의를 올려 학생들이 2주 내에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도록 해 이런 난점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은 기술 발전과 변화가 워낙 빨라 현재 고교 수업과 실습만으로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기 어려워지고 있다. 오 부총장은 “계약학과 입학생들은 공학 기초는 물론이고 소자·공정·설계 등 부문 최신 기술과 융합 지식 교과목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02년 개교한 한양사이버대는 올해 재학생 1만9441명(대학원 포함)으로 국내 사이버대 중 최대 규모다. 2018년 사이버대로는 처음으로 창업지원단을 만들고 2020년엔 첫 온라인 공학대학원을 출범시키는 등 한양대와 마찬가지로 공학 기반 산학협력을 강조한다. 같은 재단인 한양대 총장이 사이버대총장까지 겸하고, 부총장이 사이버대 운영을 맡고 있다. 오 부총장은 화학공학 전공으로 한양대 입학처장·경영부총장 등을 거쳐 올 9월 취임했다. 그는 “코로나가 유행한 작년 경영부총장을 지내면서 온라인 교육을 잘하는 사이버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오 부총장은 “사이버대는 직장인이 다니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최근 들어, 고졸 신입생들도 사이버대를 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한양사이버대 10·20대 신입생은 2018년 3007명에서 매년 늘어 올해 3698명에 달한다. 또 전체 재학생의 약 2%인 350여명은 해외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오 부총장은 “해외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사이버대에서 전공 강의를 듣는 학생이 많다”며 “사이버대는 기존 문법에서 벗어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일반대와 사이버대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지는 추세다. 코로나 이후 일반대 온라인 강의 비율 규제가 풀렸고, 올해부터 일반대에서 온라인 석사 학위 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거꾸로 사이버대에도 일반대학원(석·박사)을 둘 수 있게 최근 법이 개정됐다.

오 부총장은 온·오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만큼 사이버대도 온라인 강의 노하우를 활용해 다양한 수업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산학협력을 국고로 지원하는 LINC(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사업이나 각종 연구사업 등 재정지원사업에 사이버대도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