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충남 예산군 수덕초등학교에서 이대열(가운데) 교사와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수업에 쓰는 태블릿PC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 교사는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을 직접 연구해 농어촌 작은 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저를 꼭 필요로 하는 농어촌 지역 아이들에게 AI(인공지능)와 소프트웨어 교육으로 길을 밝혀주는 ‘초롱불’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충남 예산군 수덕초 이대열(39) 교사가 농어촌 벽지 지역의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06년 처음 교단에 선 이 교사는 17년간 소프트웨어·AI 관련 교수 학습법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이 교사가 올해 초부터 재직 중인 수덕초는 전교생이 40명 남짓인 시골 학교다. 이 학교 오기 바로 직전에도 농어촌 학교인 예산군 예덕초에서 학생을 가르쳤는데 5년 부임 기간이 끝나자 ‘또 벽지 학교로 가겠다’며 손들고 온 곳이다. 그는 “처음 농어촌 지역으로 발령받을 때만 해도 필수 근무 기간만 채우고 생활하기 편한 도시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이 교사를 붙잡았다. “사교육 같은 다른 통로로도 배움의 욕구가 충족되는 대도시 아이들과는 달리 농어촌 지역 아이들은 교사의 가르침이 세상의 전부예요. 수업을 하다 보면 새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라, 저를 꼭 필요로 하는 지역의 아이들을 떠날 수가 없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이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할 수 있을지 끝없이 고민하던 끝에,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소프트웨어와 AI를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지금 영어와 컴퓨터 작업 능력이 일종의 ‘기본 소양’이 되었듯, 조만간 AI와 소프트웨어를 모르면 뒤처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흔히 시골 학교는 정보 교육에 제한이 많다는 편견이 있는데, 보란 듯이 그 편견을 깨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미래 교육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시골 학교에선 인프라도, 예산도 도시보다 열악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 교사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로봇 창의 교실, 교육부의 SW·AI 선도 학교, 삼성의 삼성주니어소프트웨어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소프트웨어와 창의 교육 관련 예산과 인프라를 지원받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관심은 있지만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소프트웨어와 AI 관련 방과 후 수업을 개설하고 동아리를 조직해 공모전과 정보 올림피아드 등에 도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노력도 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보 교육 관련 석사 대학원에 진학해 내년 초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교육부·교육청의 연구 및 교육 자료 개발 대회 등에 주기적으로 참여해 수차례 입상했다. 이 교사는 “학위나 입상을 원해서라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하는 채찍질”이라고 했다. “AI와 소프트웨어는 매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만큼 교육도 발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퇴근 후 야간 대학원을 다닐 땐 정말 힘들었지만, 덕분에 아이들에게 한층 업그레이드된 교육을 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이 교사는 올해의 스승상 상금의 일부를 자신이 작년까지 근무하던 예덕초 인근 보육원에 기부할 계획이다. 예덕초 학생 중 일부가 지내던 보육원이다. 이 교사는 “저를 부모처럼 따랐던 아이들을 두고 다른 학교로 발령을 받을 때 눈에 계속 밟혔다”며 “혹시나 상금을 받게 되면 그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계획했던 곳에 쓸 수 있어 밤잠을 설칠 정도로 기뻤다”고 말했다.

▲주최: 교육부, 조선일보사, 방일영 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