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A사립대학은 당초 2023학년도 입시에서 모집 정원 1584명 중 1572명(99.2%)을 수시 모집으로 뽑기로 했다. 정시로는 12명(0.8%)만 선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정시 모집 정원이 359명으로 늘었다. 수시 합격자가 대거 등록을 안 하고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올해 입시에서 수시 합격을 해놓고 등록하지 않은 수험생이 비수도권에서만 최소 3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종로학원이 수시 미등록 현황을 공개한 전국 4년제 대학 216곳을 분석한 결과, 130개 지방대에 합격한 후 등록하지 않은 수험생이 3만3270명에 달했다. 이들 대학 수시 모집 총 정원(17만8441명)의 18.6%로, 비수도권 대학 수시 합격자 5명 중 1명이 등록을 안 한 셈이다.
대학은 수시 모집에서 못 채운 만큼 정시로 뽑는다. 비수도권 대학은 올해 입시에서 평균 256명씩 정시 모집 정원으로 이월(移越)됐다. 하지만 수시 모집에서 인기 없는 대학이 정시라고 상황이 크게 좋아질 리 없다. 실제로 A대학은 올해 정시 경쟁률이 1대1이 안 됐다. 정시 경쟁률이 1대 1 미만인 대학은 전국 15곳이었는데, 이 중 14곳이 지방대였다.
정시 경쟁률이 3대1에 못 미친 대학도 비수도권에 몰렸다. 수험생 1명이 정시로 대학 3곳까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입시계에서는 경쟁률이 3대1이 안 되는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미달 대학’으로 분류한다. 경쟁률 3대1 미만으로 사실상 정원 미달된 대학은 68곳이었는데 이 중 59곳(86.8%)이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서울에선 4곳(5.9%), 인천·경기에선 5곳(7.3%)이었다. 작년에는 경쟁률 3대1 미만인 77개 대학 가운데 64곳(83.1%)이 비수도권이었다. 정원을 못 채운 비수도권 대학 수가 작년보다 다소 줄기는 했지만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늘어나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