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 평균 3등급의 성적을 받은 한 수험생이 서울대 정시에 1차 합격했다고 밝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는 “해당 수험생이 지원한 학부의 경쟁률이 올해 높지 않았기에 1차 합격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최종합격 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시각 난리 난 서울대 입시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한 수험생이 올린 합격 인증글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손바닥으로 개인정보를 가린 2023학년도 수능 성적증명서가 담겼다. 언어와 매체 3등급, 미적분 2등급, 영어 3등급, 화학Ⅰ 5등급, 물리학Ⅱ 4등급 등으로, 평균 3등급의 성적을 받았다. 추가 사진에는 서울대식으로 점수를 환산하면 354.6점을 받은 수험생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 지원해 ‘1단계 합격’했다는 표기가 되어 있었다.
실제로 서울대는 9일 1차 정시 합격자를 발표했다. 1단계는 최종 합격자의 2배수를 선정했다. 2023학년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경쟁률은 2.10대 1이었다.
이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전기정보공학부는 올해 52명 모집에 109명이 지원했다”며 “1단계에서 2배수를 뽑는다면 5명만 떨어지고 104명이 통과했다는 이야기다. 다소 낮은 수능 성적을 받았더라도 1단계는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그러나 “(해당 수험생이) 2단계까지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올해는 서울대 정시에서 내신이 반영되는 첫해다. 2단계에서는 수능 점수인 1단계 성적 80%에 학생부 등의 교과평가 20%를 합산해 평가한다. 임 대표는 “2단계에서는 낮은 경쟁률 덕으로 1차 합격한 수험생들은 대부분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묻지마’ 지원 때문에 수능 고득점자가 피해 본다?
일각에서는 위 수험생처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지마’ 식으로 지원해본 수험생들 때문에 내신보다 수능에 ‘올인’했던 수험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는 1단계 합격자들의 수능성적 점수 차이가 크게 날 때와 적게 날 때, 2단계에서 수능 점수를 다르게 계산하도록 했다. 1단계 합격자 최고점과 최저점의 점수 차이가 20점 미만일 경우에는 자신의 수능성적을 그대로 점수에 반영하지만, 점수 차이가 20점 이상이 나면 60점을 기본 점수로 부여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신 점수가 더 중요해지고, 특목고 등에 다녀 내신보다는 수능에 중점을 뒀던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1단계 합격자 수능 최고점과 최저점의 점수 차이가 20점 이상이 벌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계산을 해봤다”며 “수능 고득점자들의 점수 격차가 좁혀지는 건 맞다”고 말했다. 1등과 5등의 점수 차이가 5점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데, 내신 점수 5점 차이로 등수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게 된다. 임 대표는 “수능만으로는 무조건 합격했을 수험생이 새로운 계산법에 따라 전세가 뒤집히는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그 예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내신 점수를 5점과 0점으로 비교해서 그렇지, 수능 고득점자의 내신을 굳이 0점 처리할 이유가 없다”며 “만약 내신이 4등급이라고 해도, 수능이 전국 1등 수준일 텐데 서울대가 왜 떨어트리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내신을 정량평가로 한다면 수능 고득점자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 팩트일 수 있지만, 정성평가”라며 “실질적으로는 점수가 낮은 지원자 때문에 점수 높은 지원자가 피해를 볼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