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두 차례 치러진 ‘문·이과 통합 수능’ 부작용 개선책을 대학과 함께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지금은 문과생들은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지원하기 어려운 반면 이과생은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할 수 있어 이과생이 문과생이 주로 가는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 학과에 대거 합격하는 소위 ‘문과 침공’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와 대학이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르면 올 3월 고2가 되는 학생들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에선 문과생도 이공계열 학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칸막이가 일부 풀릴 전망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서울 지역 12개 대학의 입학처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통합 수능은 인문·사회·과학기술 소양을 균형 있게 함양할 수 있도록 문·이과 구분을 폐지한 교육과정 취지에 맞춰 도입됐지만, 대입에서는 문·이과를 구분하는 현상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문재인 정부 교육부가 수능 위주 정시 전형으로 신입생의 40% 이상을 선발하도록 한 서울 주요 16개 대학 중 12개 대학 입학처장이 참석했다.
과거 수능 수학은 ‘가형’(이과) ’나형’(문과)으로 나누고 성적도 각각 산출했지만, 문·이과 통합 수능의 수학은 모든 수험생이 똑같이 푸는 공통 문항 22개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 문항 8개로 이뤄진다. 보통 문과생은 확률과 통계, 이과생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다.
문제는 이과생은 원하면 인문사회계열 학과에 지원할 수 있지만, 문과생은 이공계 학과에 지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 대학이 ‘수학 미적분/기하, 과학탐구 응시’를 이공계 지원 조건으로 걸고 있기 때문. 고교에서 미적분과 과학을 배우지 않으면 대학 전공 수업을 못 따라간다는 이유지만 문·이과 통합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런데다 이과생들이 높은 수학 점수를 활용해 상위권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에 대거 합격하는 소위 ‘문과 침공’ 현상까지 벌어지자 문과생이 불리하다는 불만이 커진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부작용을 완화할 여러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인문계열 학과에선 이과생에게 유리한 수학의 반영 비율을 낮추거나, 사회탐구를 봐도 이공계 학과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다. 교육부는 문과생이 이공계 학과에 진학했을 때 꼭 필요한 기초 지식을 대학이 가르칠 때 필요한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다만 내년 대학별 대입시행계획은 이미 확정됐기 때문에 개편안 적용은 그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시 40%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부정 의혹으로 수시 학종(학생부종합전형) 전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주요 대학들에 “정시를 40% 이상으로 늘리라”고 주문했었다. 대학들은 수능 점수뿐 아니라 내신과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는 학종 비율을 늘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 장관은 “(정시 비율 변화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