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와 등록금 인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화장실 좀 고쳐달라’는 말이 나왔어요. 이걸 들어주고 싶어 검토했는데 감당할 수 있는 재정 상황이 아니더라고요. 강의실 빔프로젝트 바꿀 때가 되었는데 수리만 반복하니 화질도 점점 떨어지고, 공대엔 실험 장비나 기자재가 낡았지만 최신형으로 들여올 염두를 못 내요.”
지난 31일 이해우 부산 동아대 총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가 진행된 자리에서 동결 13년 만에 등록금 인상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동아대는 여섯 차례에 걸쳐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 27일 학부 등록금 3.95%, 대학원 등록금 3.86% 인상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하면서 10여 년 간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물가 인상으로 대학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전국 대학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립대인 동아대 외에도, 올해 진주교대, 청주교대, 춘천교대 등 전국 교대도 일제히 등록금을 4.02~4.05% 올렸다.
동아대는 이번 등록금 인상으로 약 50억원 추가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장학금 2유형 20억원을 받지 못하게 되지만, 30억원 여유 자금이 생기는 셈이다. 이 총장은 “기존 등록금이 사립대 최하위권이라 올해 인상해도 비슷한 규모 대학 평균 등록금 수준”이라며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얻게 되는 수익은 노후화된 화장실과 기자재, 학교 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처음엔 학생들도 (인상을) 반대했지만, 재정 상황을 다 공개하고 설명하니 ‘학교 재정이 이렇게 안 좋습니까’라며 공감했다‘”면서 “등록금 인상으로 국가 장학금 수혜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구제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이 총장에게 “고생했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교육부 눈치를 보며 매년 등록금 동결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대가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의미다. 이날 김헌영 강원대 총장도 “동아대 등록금 인상은 박수 칠 만한 일”이라며 “국가장학금 2유형 관련 규제를 풀어 등록금을 자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금 단계에서는 등록금 자율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