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뉴스1

올해 중2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 입시까지는 서울 지역 16개 대학 정시(수능 위주) 선발 비율이 40% 이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수능 40% 비율은 이미 정해진 것이라 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학 입학처장들이 ‘정시 40% 규제’를 풀어달라는 의견을 냈는데,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으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이 논란이 되자 서울 지역 주요 16개 대학에 정시를 4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사실상 강제했는데, 현 정부도 이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일을 할 때 중요한 것부터 해야 하는데, (대학) 등록금·입시 이슈는 적어도 1~2년간은 이야기하지 않겠다”면서 “입시의 경우엔 ‘수능(정시) 40%’는 이미 정해진 거라 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고, 장기적인 입시 방향은 국교위랑 협의해서 10년 계획에 잘 담겠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는 2025학년도에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고, 이 학점제로 공부한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 입시를 대대적으로 고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수능 성적으로 선발하는 정시보다 학교 생활의 다양한 측면을 보는 수시 비율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고교학점제 맞춤형 대입 개편안’을 마련하는 것은 현 정부 몫이다. 법적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2028학년도 대입의 큰 방향은 4년 전인 내년 4월 정부가 확정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장관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보다는 입시 안정이 중요하다”면서 2028학년도 입시를 많이 바꾸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이 장관이 또다시 “1~2년간 (입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올해 중3들이 대학에 가는 2027학년도 입시는 물론이고 정부가 내년에 발표하는 2028학년도 입시에서도 ‘정시 40%’ 비율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문제는 현재 고교 교사와 대학 입학 담당자,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대입정책자문단’이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한창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초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이 입시 개편안을 만들고 있는데, 장관이 ‘정시 40%’를 안 바꾸겠다고 얘기한 것은 성급하고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고교학점제’와 ‘정시 40%’는 양립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주요 대학들의 정시 전형 비율이 40%나 된다면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듣는 게 아니라 수능에서 유리한 과목을 들을 수밖에 없어 고교학점제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 전문가 사이에선 “고교학점제 등 학교 교육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고, 입시 개편안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 장관이 무조건 ‘안 바꾼다’고 얘기하니까 현장이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