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을 무(無)이자로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가 “꼭 필요하지 않으면서 대출받는 학생이 늘어나 (정부) 재정 부담이 커지고, 취업 의지가 약화된다”고 우려 의견을 여러 차례 냈지만, 민주당은 이를 밀어붙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ICL은 대학생이 한국장학재단에서 등록금을 대출받아 냈다가, 취직해 돈을 벌기 시작한 후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제도다.
이번 법안은 이미 지난 2020·2021년에도 발의됐지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보류된 바 있다. 이승재 당시 국회 교육위 수석전문위원은 “학자금 대출을 무이자로 운영하거나 취업 전 이자를 매기지 않으면 불필요한 대출 유도와 취업 의지 약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교육위 법안소위에서는 크게 두 가지 ICL 개정안에 무게를 두고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직 전 상환 유예 기간에 대한 이자를 면제하는 1안(김민석 의원 발의)과 취직한 이후에도 이자 없이 원금만 갚도록 하는 2안(강민정 의원)이다.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회 교육위에 ‘수용 곤란’ 의견을 담은 검토서를 지난 17일 보냈다. 이유는 재정 부담이다. 올해 기준 학자금 대출 금리는 1.7%. 가계 대출 평균 금리(5.7%)보다 훨씬 낮다. 정부는 지금도 연간 1825억원을 들여 이 차액을 메우고 있다. 기재부는 1.7% 이자마저 받지 않으면 향후 10년간 6088억~8321억원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학자금을 무이자로 빌릴 수 있게 되면 꼭 필요하지 않은 학생도 ‘일단 받고 보자’는 식으로 대출을 신청해 대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ICL은 가계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200% 이하인 학생은 모두 받을 수 있다. 지난해 4인 가구 기준 월 1024만원 이하다. 이 중에는 국가 장학금 등을 받으면 추가로 대출을 받지 않고 등록금을 낼 수 있는 학생도 상당수다. 그런데도 이들 학생에게 이자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초·차상위 계층 학생은 이자를 재학 중에만 면제하고 졸업 후에 매기는데, 완전히 무이자를 적용하면 다른 정부 융자 사업과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소상공인 융자’나 ‘국가유공자 대부’ 등 정부가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융자 사업 중 무이자는 없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국회 교육위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도 취약계층 중심으로 일부 이자 면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선심성 퍼주기 법안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