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입학자를 많이 배출한 상위 20개 고교 가운데 일반고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순위에서 특목고·자사고·영재학교가 상위권을 독차지한 것은 2021년 이후 3년째다.
24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2023학년도 합격자 출신 고교별 현황(최종 등록 기준)’ 자료를 본지와 종로학원이 분석한 결과다. 서울대 합격생을 한 명이라도 낸 고교는 지난 2021년 942곳에서 작년 891곳, 올해 854곳으로 줄었다. 서울대는 올해부터 정시(수능위주) 전형에서도 내신 교과성적을 반영하고 수시에만 있던 지역균형전형을 정시에도 도입했지만, 특목·자사고와 서울 쏠림을 막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체능 특목고인 서울예술고가 91명(정시 42명·수시 49명)으로 지난해에 이어 가장 많은 서울대 입학자를 냈다. 과학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77명), 자사고인 용인외대부고(60명)가 뒤를 이었다. 이어 경기과학고·하나고가 각 57명, 대원외고가 53명이었다.
특히 상위 10개 고교에서만 562명이 입학해 지난해(525명)보다 편중이 심했다. 서울과학고(13→22명), 대원외고(16→25명), 하나고(6→15명), 휘문고(29→40명) 등에서 정시 입학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정시 확대’ 정책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19년 교육부는 입시 공정성을 강화한다며 서울대 등 주요 대학에 2023년까지 정시(수능위주)를 40% 이상 확대하도록 요구했고, 서울대 정시 비율은 지난해 30.1%에서 올해 40.1%로 크게 뛰었다.
올해부터 서울대가 정시에서도 내신 교과성적을 반영키로 해 내신 경쟁이 치열한 특목·자사고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영향이 거의 없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교나 지역별로 학생을 고루 선발하는 효과는 미미한 반면, 평가 방식이 복잡해지는 바람에 수험생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부작용이 크다”고 했다.
서울대 입학자를 20명 이상 배출한 일반고는 4곳으로 경기 낙생고(24명)와 서울 숙명여고(23명), 단대부고(22명), 경기고(20명)였다. 일반고(1828명)만 놓고 봤을 때, 서울·경기 출신이 60.8%(1112명·서울 546명, 경기 566명)로 지난해 57.6%(1821명 중 1049명)보다 더 늘었다. 서울 일반고 중에서도 ‘교육 특구’로 불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출신이 서울 합격자의 47.6%(260명)를 차지해 작년 45.4%(529명 중 240명)보다 많았다. 서울대는 올해 처음으로 정시에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도입하면서 “신입생의 지역 편중을 완화하고 전국 인재를 고르게 선발하고자 한다”고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경희 의원은 “지역균형전형으로 수도권 편중을 완화하기 어려울 만큼 지역 간 교육 환경의 격차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