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전 교육부장관/조선DB

교육부 장관과 서울시교육감을 지낸 문용린(76) 서울대 명예교수가 29일 오전 별세했다.

유족에 따르면, 그는 최근 앓기 시작한 패혈증이 악화돼 이날 세상을 떠났다. 1947년 중국 만주에서 태어난 문 전 장관은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교육자치제·교원정책 개혁, 유아교육의 공교육화 같은 정책 수립에 관여했던 고인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0년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2012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금품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직을 상실하자, 그해 보궐선거에 출마해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 학생들의 정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행복출석부’를 시행했고,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과 비전을 찾게 한다는 취지로 진로직업 체험교육을 강화했다.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가정이 있어야 교육이 살아난다”며 교육청 직원들에게 오후 6시 ‘칼퇴근’을 주문하기도 했다. 2014년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보수 진영 후보가 난립하며 진보 진영의 조희연 현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됐다.

그는 감성지수(EQ)와 다중지능이론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학자로도 꼽힌다. 그는 교육의 목적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을 유능한 인재로 키우기보다 학생 개개인의 자아 실현을 돕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교육 철학을 갖고 있었다. 긍정심리학 연구를 통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일찍부터 긍정적인 태도와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을 전파해왔다. 2014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전통적인 고진감래형 교육과 공부의 틀을 깨야 한다”며 “사람은 행복할 때 공부도 잘 되고, 성장과 발달의 교육적 효과도 크다”는 말을 남겼다.

서울시교육감에서 물러난 후에는 학교 폭력 예방 단체인 푸른나무재단 이사장,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피해자의 상처 치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엔 대교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에 도달하지 못해 학습과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 활동에 나섰다.

유족으로는 아내 구경모씨와 1남 1녀.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3호, 발인은 31일 오전 8시 30분. (02)2258-5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