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윤석열 정부 개혁’으로 추진한 ‘AI(인공지능) 교과서’를 8일 공개했다. 2025년부터 학생들이 사용하는 AI 교과서에는 기존 종이책 내용뿐 아니라 학생들이 궁금한 걸 물어보면 답해주는 ‘챗봇(대화형 인공지능)’ 형태 ‘AI 교사’가 들어 있다. 학생마다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분석해주고, 맞춤형 처방도 내려준다. 교사 1명이 칠판 앞에서 수십명 학생에게 똑같은 지식을 가르치던 시대는 가고, 학생마다 ‘AI 교사’를 모니터에 두고 자기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선생님의 역할은 지식 주입이 아니라 학생들의 정서를 돌보고 토론·협력 활동을 이끄는 것으로 바뀔 전망이다. AI 교과서에 ‘키워드’로 질문하는 법을 가르칠 수도 있다.
교육부는 2025년에 초·중·고교의 수학·영어·정보 과목에 AI 교과서를 먼저 도입하고, 이후 2028년까지 국어·사회·과학 등 전 과목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차원에서 AI 교과서를 모든 학생에게 도입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이날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 방안’ 발표에 따르면 AI 교과서의 핵심 기능은 ‘개인 맞춤 학습’이다. 학생이 AI 교과서에 접속해 공부하면 AI가 수준을 분석해주고,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려준다. 예컨대, “OO는 ‘두 자릿수 더하기 한 자릿수’는 정답률 92%로 잘하지만 ‘두 자릿수 빼기 두 자릿수’는 정답률 55%로 평균 이하”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그러면서 ‘두 자릿수 빼기 두 자릿수’ 문제 20개를 내주며 “이걸 풀면 정답률을 80%로 향상시킬 수 있어요”라고 제안한다. AI 교과서는 학습 진도와 수준뿐 아니라, 학생이 문제 푸는 데 걸린 시간, 주제별 어떤 내용에 오래 머물렀는지 등도 파악한다. 개인별 ‘학습 패턴’을 알아내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 교사’인 셈이다.
교사는 AI 교과서가 수집한 정보를 보며 학생별 수준을 파악하고, 더 잘하도록 피드백을 줄 수 있다. 학부모도 AI 교과서가 파악한 자녀 학습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금은 교사들이 중간고사를 친 다음에야 학생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는데 AI 교과서 시대는 며칠 만에도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AI 교과서에는 학생들이 궁금한 걸 물어보면 답해주는 ‘챗봇’ 기능도 들어간다. 단 ‘챗GPT’처럼 모든 분야의 방대한 정보가 필요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에 한해서 답하도록 설계된다. 또 ‘부정사 용법을 활용한 영어 문장 10개 만들어줘’ ‘환경 문제에 대한 에세이 써줘’처럼 과제를 베끼기 위한 질문엔 답하지 않는다. 이진우 교육부 교육콘텐츠정책과장은 “AI 교과서도 종이 교과서처럼 교육과정상 내용을 잘 담았는지 엄격한 검정 심사를 할 예정”이라면서 “챗봇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내용을 답하는 건 ‘교과서’ 역할에도 맞지 않고, 윤리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도가 빠른 학생이라면 AI 교과서를 통해 ‘심화 학습’은 할 수 있지만, 윗학년 내용을 먼저 배우는 ‘선행 학습’은 할 수 없다. 시험도 지금처럼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로 수행평가와 중간·기말고사를 치르게 된다. 이에 따라 뛰어난 학생들이 심화 학습을 할 ‘동기’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 측은 “AI 교과서는 상위 20% 학생보다 나머지 80% 학생이 뒤처지지 않게 하는데 더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교과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사용한다. 초1·2 학생은 발달 단계상 디지털 교과서를 쓰기엔 너무 이르다고 판단해 AI 교과서는 보급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