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난이도 논란’에 대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엄중 경고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능의 문제점을 고치라고 지시했는데, 이 장관이 이를 브리핑하면서 ‘학교 수업만 열심히 하면 풀 수 있게 출제하라’고 했다고 잘못 전하면서 ‘수능 난이도’ 논란이 커진 것으로 정부와 여권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 장관에게 ‘주의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지시는 ‘사교육 개혁’과 ‘공정한 입시’에 방점이 있었는데 “학교 수업 출제” 브리핑 이후 ‘수능 난이도 논란’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공약으로 ‘공정한 입시’를 내걸었다. 이후 작년 말엔 이 장관에게 사교육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공정한 수능’에 대해 지시했다. 사교육을 받아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부모 찬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공정하지 못하며, 학생들이 가정 배경과 상관없이 스스로 공부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교육 공약과 관련,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수능에서 ‘공교육 과정 밖 문제’ 출제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이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출발선이 같은 교육’ ‘공정과 상식’이라는 교육 개혁을 강조하면서, 그 하나의 예로 수능에서 교수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내는 것은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것이니 고치라고 이 장관에게 지시했다”면서 “수능의 이런 문제점을 없애는 것이 곧 사교육의 이권 카르텔을 깨는 것이라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지시가 뒤늦게 국민들에게 전달된 것도 문제라고 대통령실은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이런 수능 출제 방향을 수험생들에게 미리 알려줘야 한다고 했는데, 교육부가 그런 시그널(신호)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3월 올해 고3들이 치르는 2024학년도 수능에 대한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지시한 이런 내용에 대해선 제대로 강조되지 않았다. 발표 내용은 ‘학교 교육 과정의 내용에 맞춰 출제한다’ ‘EBS 연계율은 기존처럼 50%를 유지한다’처럼 전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이었다.

3월 발표뿐 아니라 지난 1일 치러진 6월 모의고사도 수험생들에게 신호를 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러지 못했다. 수험생들은 6월과 9월 모의고사를 통해 그해 수능의 출제 방향 등을 예측하는데 6월 모의고사는 예년과 다를 게 없었다. 수험생들로선 ‘공정한 수능’에 대한 사전 정보를 받지 못한 셈이다.

이후 지난 15일 이주호 장관이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하면서 ‘난이도’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이 마치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 갑자기 수능 출제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전달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19일 사교육 경감 방안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당정 협의회를 가질 예정이다. 협의회에 이주호 장관과 교육부 실국장들도 참석해 올해 수능 대책에 대해서도 보고하고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