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800억여 원을 들여 개발해 21일 개통한 새 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 ‘4세대’ 나이스(NEIS)가 개통 초부터 다른 학교의 시험 문제 정답표(문항 정보표)가 인쇄되는 등 오류가 잇따라 발생했다. 내주 기말고사를 앞두고 중·고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23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나이스는 개통 첫날부터 로그인이 안 되고 속도가 느려지면서 ‘로딩 중’이라는 화면만 뜨는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22일 오전에는 서울·경기 지역 학교에서 기말고사 시험 문제 정답표를 출력하면 다른 학교 시험의 정답표가 출력되는 문제가 발견됐다.
교육부는 정답표 유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서울·경기 등 전국 시도교육청에 “학교는 답지(번호) 및 문항 순서를 변경하는 등 조치를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청들은 23일 각 학교에 시험 문항이나 선택지의 순서를 바꿔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나이스에서 정답표 미리보기와 출력 기능을 중지한 상태다. 교육부 담당 국장은 “한꺼번에 많은 교사가 사이트에 접속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출력 오작동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현재는 오류 발생 원인을 찾아냈고, 해결 프로그램을 만들어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8시 30분까지 교육부가 파악한 출력 오류 신고 건수는 전국적으로 9건이다. 학교와 교사 수가 많은 서울, 경기 지역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교육부 측은 “신고되지 않은 경우까지 파악하고 있는데, 다 합해도 20건 미만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학교들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 지역 한 학교는 다음 주 월요일(26일) 계획된 기말고사 일정을 다른 날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 문제 순서를 바꾸려면 시험지를 다시 편집해야 하는 등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 한 공립고 교사는 “정답표에는 정답 번호뿐 아니라 그 시험 문제를 어느 단원에서 출제했는지, 성취 기준이 뭔지도 적혀 있어서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당장 다음 주 월요일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지금 와서 시험지를 바꾸라는 지시가 황당하다”며 “요즘은 수능만큼 내신 성적이 중요해서 여러번 확인해가며 출제해야 하는데 급하게 시험지를 바꾸다가 문제가 생기면 다 교사 책임 아니냐”고 했다.
교사들 사이에선 “방학 때 개통해도 되는데 하필 기말고사를 앞두고 새 시스템을 개통해 혼란을 주느냐”는 불만도 많다. 교육부 측은 “방학 때는 대입 원서 접수 때문에 어렵고, 다른 달에도 모두 검정고시 등 중요 일정들이 있다”며 “6월이 그나마 가장 적합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나이스에는 대학 입시에 사용되는 학생 성적 등도 들어가는데, 대입을 앞두고 오류가 발생했으면 대혼란이 빚어졌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4세대 나이스’는 2020년 9월부터 2824억원을 들여 개발됐다. 4세대 나이스는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개발 과정이 지연되며 3개월쯤 도입이 늦어졌다. 일각에선 ‘4세대 나이스’ 구축 사업에 정부가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 오류가 벌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2020년 4세대 나이스 사업자 선정 당시 이 시스템이 전국 1만1000개 학교가 사용하는 대규모 사업이며 사회적 중요성이 높은 만큼 대기업 참여 제한을 풀어달라고 과학기술정통부에 네 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