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 A씨가 교실에서 같은 반 남학생 B군에게 수십 차례 맞아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분노 조절 문제 등이 있는 B군은 이날 상담 수업을 받아야 했는데, 체육 수업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상담 수업 참석을 설득하는 A씨에게 책을 집어 던지고 “개XX”라고 욕설을 했다. 지난 3월에도 B군에게 폭행당한 A 교사는 “또 때리면 고소한다”고 했지만, 몸무게가 70~80㎏에 달하는 B군은 A 교사를 바닥에 메다꽂은 뒤 주먹으로 20~30대 때리고 발길질도 했다. A 교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증세를 보여 병가를 낸 상태다.
교권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A 교사처럼 학생에게 맞거나 물리적 위협을 당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학부모 포함)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는 1133명이었다. 2018년 172건에서 2020년에는 코로나로 소폭 줄었지만, 2021년도 239건, 지난해 361건으로 증가 추세다. 전체 교권 침해 행위 중 ‘폭행’ 비율은 2019년 13.4%에서 작년 19.1%로 늘었다.
과거엔 덩치 큰 중고생이 주로 교사를 폭행했다면, 최근엔 초등학교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C 교사는 1학년 학생이 심하게 말을 안 들어 부모에게 연락하려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그랬더니 학생이 갑자기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면서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다.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선생님 때리는 학생이 매년 한 명씩 나온다”면서 “자는 애를 깨우면 ‘네가 뭔데?’ ‘왜 나한테 그래’라며 격하게 저항하는 등 지도가 안 먹힌다”고 말했다.
정서적 문제가 심각한 학생들이 교사나 급우를 폭행해도 교사들은 속수무책이다. 작년 한국교총에는 “심각한 정서 행동 장애가 있는 학생(초 5)이 폭발하면 제게 온갖 욕설과 발길질을 하고 가래침을 뱉는다. 옆 반 선생님 도움 없이는 도저히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상담을 신청한 교사도 있었다.
교사들은 제자에게 폭행당해도 ‘아동 학대’로 고소당할까 봐 대응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한 초등학교 부장교사는 “정당한 지도를 했지만, 정서 학대로 고소당하는 건 아닐까 항상 고민한다”고 했다. 실제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당하는 교사는 늘고 있다. 올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소송 사건 87건 중 44건(51%)이 아동 학대로 고소당한 경우다. 교총은 교사가 교육 활동 중 소송을 당하면 변호사비를 지원한다. 올해 지원액은 총 1억6000만원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폭행뿐 아니다. 성적 메시지를 보내는 등 교사를 성희롱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 6학년 남학생이 담임교사가 데이트하는 걸 본 다음 ‘야이 X신아 뜨거운 밤 보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작년 교권 침해 사건 3035건 중 223건(7.3%)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였다.
교사가 자녀를 지도하면 반발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고 한다. 올해 한 초등학교에선 문제 행동을 한 학생을 다른 교실에 혼자 분리시켰더니 “우리 아이를 왜 격리했느냐”며 경찰에 신고한 학부모도 있었다.
제자에게 폭행당한 교사들이 심각한 심리적 충격으로 휴직하거나 교단에 아예 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제자를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교사도 상당수다. 학생에게 입은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교사를 폭행하는 건 교사 개인의 인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다수 학생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것이며 교육 현장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 활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문제 학생으로 인해 교실이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