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전시교육청 앞에 '학생에게는 학습권을, 교사에게는 교육권을'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달려있다. 2023.9.4. /뉴스1

대전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초등학교 교사가 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8일 교육부와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대전 한 초등학교의 40대 여교사 A씨가 지난 5일 자택에서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7일 숨졌다.

올해로 20년 차인 A교사는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아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민원을 받았다.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자 해당 학생 학부모가 찾아와 “아이들 앞에서 망신을 줬다”며 사과를 요구했다고 교사노조 측은 전했다. 이후 해당 학부모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아동학대 혐의는 1년 후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A교사는 이후에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힘들어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반복되는 슬픔 - 8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40대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전날 사망한 가운데 동료 교사가 교문에 놓인 근조화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하고 있다. 해당 교사는 이전 학교에서 학부모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동료 교사들 사이에선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A씨에게 ‘무릎 꿇고 빌어라’고 요구하거나, A씨에게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A교사는 이 과정에서 학교장에게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교사노조 측은 “A교사는 최근 서이초 사건을 접하면서 2019년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많이 괴로웠다고 한다”며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등 교권 침해의 상처는 시간이 흐른다고 아무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7일 충북 청주에서도 30대 초등 교사가 자택에서 숨졌다. 이 교사는 학생 생활 지도 어려움 등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교사의 학생 생활 지도 관련 사건을 수사할 때는 교권을 충실히 보장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아동학대 수사를 할 때 학교와 교육청 등 진술을 충분히 듣고, 교육감이 의견을 내면 이를 적극 참고하며, 범죄가 아닌 것이 명백하면 신속히 불기소 처분하라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검경 수사가 시작하면 직위 해제가 되는 만큼 교사에 대한 수사 개시 자체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