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와 검토 위원에 참여했던 현직 교사 명단은 학원가에서 언제든 파악해 모의 문제 출제 등 거래를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매년 수능 출제·검토 위원장만 공개하고 다른 출제진은 비공개로 하지만 이 시기 학교를 비우는 교사는 금세 눈에 띈다는 것이다.
수능을 여러 번 출제했던 전 대학 교수는 “교사가 수능 출제 시기에 갑자기 학교에 안 오면 학생들이 먼저 학원에 알린다”며 “평가원이 학교에 기밀 유지를 요청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교과서 집필 등 특정 과목에서 수능 출제를 할 만한 교사 규모도 한정적이다. 이들 중심으로 장기 출장 등을 알아보면 출제 교사를 확인할 수 있다. 학원가에선 ‘사교육 카르텔’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도 “갑자기 안 보이는 교수와 교사를 파악하고 이들의 평소 연구 분야나 출제 경향 등을 분석해 수능에 대비한다”는 말이 돌았다.
출제위원장 출신의 교수도 “평가원이 비밀 서약을 어긴 출제 위원들을 적극 적발할 권한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평가원은 2016년 일어난 ‘모의 평가 문항 유출 사건’을 계기로 2017년 수능부터 출제진이 ‘비밀 유지 서약’을 어길 경우 법적 조치를 한다는 고지를 하고 있다. 수능 출제 참여 경력을 노출하거나 이를 이용한 영리 행위를 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약속을 어긴 교사를 적발한 적도, 처벌한 적도 없다. 권한과 의지가 모두 없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그는 “일선 교사는 교수보다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거액을 주겠다는) 학원가 제안에 응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했다.
일선 학원들은 “일부러 수능 출제 교사를 확인해 접근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사교육 업체가 상금을 내걸고 개최하는 문제 공모전에 수능 출제 교사들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교사 탓이라는 의미다. 수능 검토위원장을 지낸 김창원 경인교대 교수는 “수능을 출제해본 교사는 수능에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오는지 요령을 익힐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경험을 개인적 돈벌이에 활용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수능 출제 교사가 쉽게 파악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처럼 수능을 ‘문제은행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